김재원 의원 "롯데 사태와 기업인사면은 별개""사면받은 대기업 총수, 경제 회복에 진력해야" 주문 목소리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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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가 바다를 항해하는 데 선장이 없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 배는 분명 망망대해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게 될 것입니다. 지금 몇몇 대기업의 상황이 이와 같습니다. 세계 시장에 나가 해외 기업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데 선장격인 오너가 없다보니 어디로 가야할 지 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대기업 관계자의 푸념이다.

     

    새로운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성장을 이끌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선 오너의 부재는 크나 큰 악재일 수 밖에 없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시장 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위기에 빠져 있거나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오너가 없으면 의사 결정이 늦어진다. 그만큼 경쟁사에 뒤쳐질 수 밖에 없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결정권자의 부재로 경쟁사에 밀리거나 구상했던 사업이 물거품이 되는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며 "세계를 무대로 뛰어야 하는 기업일 경우에는 오너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실제로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구속되기 이전인 지난 2012년초에는 SK하이닉스를 인수하며 사업영역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최 회장 구속이후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추진하던 사업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 것. SK텔레콤과 SK E&S는 ADT캡스와 STX에너지 인수를 중도에 포기했고, SK네트웍스는 KT렌탈 인수전에서 롯데그룹에 밀렸다. 최근에는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도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효성그룹도 KT렌탈 인수전에 참여했다 포기하는 등 조석래 회장의 부재로 국내외 비즈니스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이 외에 CJ, 태광, 웅진 등도 총수 공백으로 각종 투자와 사업추진, 신성장 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현 사업을 유지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상당수는 총수 경영체제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어서 총수의 부재는 투자와 고용 창출을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으로 인한 현재의 경제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기업 총수들의 사면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정부가 출범 후 처음으로 8·15 특별사면(특사)에 대기업 총수를 포함시킬 것으로 예상돼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특사 대상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형기 4년 중 2년7개월을 복역해 사면 요건(전체 형기의 3분의 1 이상 복역)을 충족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형이 확정돼 인신 구속은 면한 상태다.


    반면, 형이 확정되지 않은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 ▲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문제는 롯데그룹 사태로 비롯된 '반(反)재벌' 정서다. 롯데의 가족간 경영권 분쟁 등으로 기업 총수 사면에 대한 적잖은 여론이 싸늘히 돌아섰다.

     

    서울 마포에서 직장을 다니는 A씨는 "자신들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가족도 형제도 없는 재벌들이 국가 경제를 생각하고 국민을 걱정하겠느냐"며 "그런 재벌들에게 '경제를 살려 달라'며 기업을 다시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보다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앞서 한국갤럽이 지난달 21~23일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절반이 넘는 54%가 '경제인 특별 사면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는 의견을 낸 응답자는 35%에 불과했다. 11%는 의견을 보류했다

     

    이와는 달리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특사는 별개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최근 모 매체에 출연해 "특사 문제를 다룰 때는 침체국면에 빠진 경제에서 조금이라도 기업의 투자 의욕을 고취해보자는 것인데, 기업인이라고 굳이 역차별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논쟁"이라며 "롯데의 문제는 별도로 해결하고, 특사 문제는 특사 문제로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 메르스 여파로 움추려 들었던 우리 경제가 다소 회복되려는 기미가 보이고 있는데 이럴때 기업인 사면으로 경제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도록 해야 한다"며 "특사로 혜택을 본 기업인들은 기업가정신을 살려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진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