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 사외이사, 올해 안건 99% '찬성표'보수는 높아…정치권 및 당국으로부터의 바람막이로 선임
  • 국내 주요 증권사의 사외이사들이 여전히 '거수기'역할에만 충실하다. 내부거래, 리스크관리, 국내외 지점 청산 등의 민감한 경영사안에 대해 반대의견 없이 찬성에 손을 들었다.

     

    12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NH투자증권,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주요증권사들은 올 들어 약 75차례 이사회를 개최해 180여개 안건에 대해 1건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가결시켰다.


    보류된 1개의 안건은 지난 5월 29일 대우증권의 제47기 제7차 이사회에서 나온 '성장사다리 PEF출자 및 설립(안)이었다. 이 역시 '추가 검토 후 재상정 요청'에 따라 보류됐다.


    또 지난 2월 12일 제 47기 제2차 이사회에서 '중국고섬 구상조치 진행방안 의결(안)'에서도 강정호 이사가 반대표를 던졌지만 나머지 2명의 사외이사가 찬성해 가결됐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증권사 사외이사들은 올해 진행된 이사회에서 일제히 찬성의견을 내며 안건을 통과시켰다.


    올해 열린 증권사 이사회 가운데 주요 안건을 살펴보면 삼성증권의 경우 내부거래 위원회를 개최해 '제일기획과의 광고계약건', '삼성SDS와의 정보시스템 운영 및 유지보수 계약 보고의 건'등 내부거래 위원회에서 사외이사들은 일제히 '특이사항 없음'의견을 냈고, 보상위원회에 올라온 '임원 성과급 지급'안건에 대해서도 모두 찬성의견을 보였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금호고속 인수금융관련 대출 확약 및 대출승인', '교보생명보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관련 대출 확약승인', '호치민 대표사무소 청산', '경영진 및 특정직원 성과급 제도 확정'등 회사 경영과 관련한 다소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NH투자증권 역시 지난 5월 7일 강남 분당, 잠실금융지점 등 23개 지점을 폐쇄하고 지배인을 해임하는 '지점폐쇄 및 지배인 해임의 건'을 사외이사가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밖에 하나대투증권도 '홍콩 현지법인 청산의 건', '하나금융지주회사 및 그 자회사 등과의 거래승인의 건',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시스템개발(SI) 계약 체결의 건'등의 안건에 사외이사들이 모두 찬성했다.


    특히 하나대투증권은 지난달 21일 전산장애로 홍역을 치룬 바 있어 500억원을 투입한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시스템개발이 성료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같은 증권사 사외이사들의 '거수기'행보는 매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역시 10대 증권사들은 총 150여차례 이사회를 개최해 440여개 안건 중 2개를 제외한 나머지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


    이처럼 대주주의 불법이나 배임 등을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제도가 증권가에서도 일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정부 및 정치권으로 부터의 바람막이 역할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 역시 검찰총장, 판사, 금융공기업 사장, 정치인 및 고위 공무원 출신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정부로부터의 외압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 중이다. 또 사외이사들은 이를 댓가로 높은 보수를 챙겨가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의 사외이사들은 지난 1분기에 평균 1096만원을 수령해 매달 365만원을 지급받으며, 감사위원들은 1분기에 평균 2602만원을 받아 매달 867만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기준 사외이사의 1인당 평균 보수가 5000만원을 넘어선 회사는 모두 5곳이었다. 삼성증권이 1인 평균 8300만원을 지급했고, NH투자증권이 6800만원을 줬다. 현대증권은 6700만원, 대우증권은 5800만원을 지급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다수 기업과 마찬가지로 증권사 역시 경영진의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쓴소리를 하는 사외이사들을 쉽게 교체된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이사회의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은 작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증권업은 각종 제도 및 규제에 민감한 업종인 만큼 당국 및 정치권과의 유대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회사가 아닌 업계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외이사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