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IPO 주관사 선정 위해 국내외 10여개 증권사에 제안요청서 발송'기업가치 최대 20조'전망 주관사
  • 롯데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작업에 착수함에 따라 '대어'를 낚기 위한 증권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호텔롯데의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해 국내외 10여개 증권사에 RFP(제안요청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국내외 증권사들의 제안서를 받은 이후 내부적으로 검토를 거쳐 이달 말 쇼트리스트(후보명단)를 선정하고, 내달 초 IPO주관사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호텔롯데의 상장은 증권사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아이템이다.


    최근 매출액 1000억원 이상 및 평균 700억원 이상, 자기자본이익률(ROE) 최근 사업연도 3% 또는 이익액 50억원 이상 등과 같은 외형적인 상장 조건은 이미 모두 갖춘 호텔롯데는 현재 증권가 추산 기업가치가 최대 20조원에 이르는 IPO시장의 월척이다.


    우선 상장 주관에 따른 수수료만 수백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대형증권사의 분기 순이익이 1000억원을 간신히 넘는 상황에서 수백억원대의 수수료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또 호텔롯데의 상장은 롯데그룹 이슈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세븐일레븐·롯데리아 등 롯데그룹 내 다른 계열사 상장도 이뤄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고,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유상증자, 블록딜, 회사채 발행 등 롯데와 관련된 거래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텔롯데 IPO 방침을 발표한 직후부터 발빠른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신한금융투자가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롯데그룹의 주채권은행도 같은 계열의 신한은행이며 호텔롯데의 IPO 추진 발표 전부터 롯데 측과 상장과 관련한 협의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DB대우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사들도 롯데그룹 내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물밑작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외국계 증권사들도 일찌감치 경쟁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롯데그룹이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활발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노무라증권도 유력한 주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롯데그룹과의 인맥을 바탕으로 작업을 벌이고 있다면 신동빈 회장은 '노무라증권 출신'이다. 신동빈 회장은 1981년부터 6년간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서 근무한 바 있다.


    노무라증권이 주관사로 선정된다면 일본 내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공모주 투자자를 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롯데에 대한 국적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호텔롯데가 일본의 대표적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을 쉽게 주관사로 선정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호텔롯데가 당초 발표한 상장의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어 주관사 타이틀을 노무라증권이 쉽게 차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무라증권 외에 외국계 증권사 중에서는 골드만삭스, 도이치증권 등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이 중 골드만삭스는 지난 2006년 롯데쇼핑의 상장주관사였고, 롯데쇼핑의 1조2000억원 규모의 하이마트 인수를 성사시킨 장본인이다.


    이처럼 시작부터 치열한 주관사 경쟁이 예고되는 가운데 업계는 지난해 최대 IPO 물건이었던 삼성SDS의 상장주관사 선정 경쟁 당시 보였던 증권사들간의 수주경쟁 수위를 뛰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삼성SDS는 주관사 우선협상후보자로 선정된 7개 증권사들을 상대로 프레젠테이션을 받았는데, 대다수 증권사들이 최고경영진이 총출동해 공을 들인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SDS의 기업가치가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됐던 점을 감안하면 최대 200조 가치를 평가받고 있는 호텔롯데를 둘러싼 경쟁은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물론 주관사는 증권사 한곳이 독차지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 유치를 위해 외국계 증권사와 국내 증권사를 적절히 섞어 공동 대표주관사로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