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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의 컬쳐 홀릭] 강해도 너무 강한 개성의 소유자들, 그들의 자유분방함이 독이 된 KBS 예능 나를 돌아봐.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했던가! 개성의 아이콘들이 모인 그 곳은 생각보다 훨씬 소란스럽다. 시작부터 삐거덕거리더니 방송 한 달 여 만에 또다시 대형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이번에는 최민수다. 지난 19일 발생한 외주제작사 PD 폭행사건,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민수는 타의에 의해 프로그램 “자진하차”를 선택했다. 표면적으로는 스스로 내린 결정인 듯 보이지만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와 한국독립PD협회의 하차 촉구에 따른 수동적인 결정인 셈이다. 하지만 타이밍을 놓쳐버린 선택에 시청자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그는 유난스럽게도 구설수에 자주 오르내리는 연예인이다. 이번 사건은 아쉽게도 그의 과거를 떠오르게 한다. 7년 전 노인폭행 사건에 휘말리며 산속에서 칩거를 했던 최민수. 자숙의 행태 역시 기인다운 모습 그 자체였다. 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으며 과거 한 인터뷰에서 당시의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일로 그는 폭행 사건에 자주 연루되는 폭행의 아이콘이 되어 버린 듯하다.
그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이 트라우마가 되었다며 폭행 사건을 심리적으로 해석하는 이도 있다. 참으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폭력은 어떤 식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것이거늘 50대인 그에게 아직도 어린 시절 운운하는 것은 그의 방종을 이해 가능한 것으로 본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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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화현장에서 출연자가 연출자를 폭행한 초유의 사건. 이번 문제 역시 이제는 우리 사회의 유행어가 되어버린 ‘갑질 논란’ 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독립PD는 스타연예인이나 거대 방송사에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처음 사건의 당사자인 최민수의 사과로 일단락되려던 것에 반발한 한국독립PD협회는 이번 일에 대해 분노감을 넘어 자괴감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가해자의 발 빠른 사과와 피해자의 이에 대한 수용, 그리고 최민수의 프로그램 잔류라는 제작진의 어이없는 방침, 이런 어설픈 봉합 수순에서 어느 누가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겠는가!한 번의 거대한 폭풍우가 휘몰아 친 후 노이즈 마케팅으로 방송 첫 회부터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나를 돌아봐. 사건이 발생한 후에도 최민수를 계속 출연 시키겠다던 제작진의 의도는 이번 사건 역시 또 한 번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활용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은 아닐까? 물론 그랬다면 그의 하차로 인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프로그램이 내걸고 있는 자아성찰이란 타이틀은 시작 전부터 말썽을 부리더니 방송 한 달여 만에 실천 없는 텅 빈 구호였음을 스스로 보여주었다. 과연 웃고 싶은 시청자들을 화나게 만든 막장 예능이라는 오명에서 앞으로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를 돌아보지 않아 문제가 된 최민수와 KBS 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
뿔난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는 해법에 대해 자문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이번만큼은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문화평론가 권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