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약속 내세우며 첫 발 내딛었지만... 우울한 성적표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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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들이 지난해 10월 도입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덕에 곳간을 두둑히 채우고도 오히려 소비자 통신비 절감 노력에는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27일 뉴데일리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소비자 정책 포럼' 발제자로 나서 이 같은 내용의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조 교수는 "소비자에게 주는 보조금 상한을 35만원으로 제한하는 단통법 때문에 통신사들은 마케팅 비용을 크게 절감, 반대급부로 많은 이익을 거둬들였다"면서 "그럼에도 가계 통신비를 줄이려는 통신사들의 노력은 되레 꺾였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KT는 지난 2013년 4분기 2663억원에 이르는 영업적자를 맛봤다. 지난해 1분기에도 224억원을 버는 데 그치는 등 간신히 적자만 면했다. 그러던 중 단통법의 영향이 본격화 된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 2132억원을 올렸다. 2분기에도 285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단통법에 따른 마케팅 비용 감소가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업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LG유플러스도 올 2분기 기준 마케팅 비용이 지난해 2분기 대비 13.5%, 지난 1분기에 비해서는 5.6%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은 각각 96.3%, 24.3%씩 늘어났다. SK텔레콤도 단통법 시행 후 3000억원에 가까운 마케팅 비용을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하나같이 이 기간 동안 '실적 잔치'만 벌였을 뿐 정작 소비자 통신비 문제에는 철저히 눈을 감아왔다.

    조 교수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 3사들이 가계 통신비 부담을 떨어뜨리기 위해 영업이익에서 떼낸 금액은 단통법 이후 크게 삭감됐다. 전체 금액을 가입자 1명에게 지급하는 돈으로 환산하면 지난 2011년에는 7만4000원, 2012년 5만2000원, 2013년 5만8000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단통법이 시작된 지난해에는 불과 3만6000원을 쓰는 데 머물렀다.

    그는 또 국내 스마트폰이 해외보다 비싸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가했다.

    미국의 ABI리서치는 갤럭시S6 엣지(32GB) 모델을 2년 약정 60달러 이상 요금제로 구입할 경우 299.99달러(약 34만원)에 살 수 있지만 국내 통신사에서는 가장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 구매하더라도 동일 모델을 64만9000원에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애플의 아이폰6(16GB)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내 출고가는 70만원대 후반이지만 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 상한이 묶여있다 보니 40만원대 중반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반면 일본에서는 자국 내 3대 통신사를 통해 같은 모델을 살 경우 사실상 '공짜'로 구매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199달러(약 21만원)만 내면 아이폰을 손에 쥘 수 있다.

    조 교수는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데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할 판이다"면서 "단통법이 화려한 약속을 내세우며 첫 발을 내딛었지만 돌이켜 보면 우울한 성적표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이동통신사 간 경쟁 촉진과 요금 인가제 폐지를 제안했다.

    그는 "단통법은 요금인가제 하에서 보조금 경쟁을 하지 못하게 했다"며 "요금인가제를 폐지해 통신사 간 요금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요금 인가제란 이통시장 1위인 SK텔레콤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요금을 마음대로 올리거나 큰 폭으로 내릴 수 없도록 사전에 정부 인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로 지난 1996년에 제정됐다.

    조 교수는 "단통법은 이동통신사 간 경쟁을 억압해 소비자 후생을 희생시키는 대표적 악법"이라면서 "정부는 경쟁을 질식시키면서 소비자 편익을 꾀하겠다는 발상을 서둘러 철회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