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불과 국내 증권사 매도리포트에 정치권 '강제 규정' 칼 뽑나"강제는 역효과, 자율적 리서치 문화 정착돼야"
  • 증권사들의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도가 시행된지 3개월이 지났지만, 국내 증권사들이 발간한 매도리포트는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매도리포트 실종'은 투자자들의 요구와 더불어 매년 국정감사에서도 단골로 지적되는 문제로, 증권사들의 자율적인 매도리포트 발행이 계속해서 부진할 경우 정치권이 나서 비율을 강제 규정화 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자율성을 잃은 채 매도리포트 비율을 외부에서 강제로 적용할 경우 증권가는 더 큰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도가 시행된 이후인 올 6월부터 지난달 23일까지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종목 관련 리포트는 총 6213건으로, 이 중 매도의견 리포트는 26건(0.4%)에 불과했다. 반면 매수의견 리포트는 4940건으로 전체의 79.5%에 이른다.


    이같은 비율은 지난 5월29일부터 시작된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도 이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증권사별로 투자의견 비율을 공시하도록 한지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실효성이 없는 것.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비교가능한 국내외 증권사 51곳이 작성한 리포트 중 투자의견 '매수' 비율은 75.1%를 기록했다. 특히 '매도'리포트를 10% 이상 발행한 곳은 모두 외국계 증권사로 나타났다. 국내 증권사의 매도리포트 비중은 0.4%에 불과했다. 이처럼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도 실시에도 여전히 국내 증권사들은 기업 눈치보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증권가는 현실적으로 매도리포트를 발간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투자의견 비율을 공시하도록 해 매도리포트 발간을 유도하고 있지만 해당 기업의 눈치보기는 여전하다"며 "매도리포트 발행 이후 애널리스트가 해당 기업이나 주주들로부터 큰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사태로 업계가 한바탕 홍역을 치뤘고, 하반기 들어서는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의 대규모 영업적자와 분식회계 논란으로 주가가 폭락한 상황에서도 증권사들은 여전히 냉철한 분석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증권사 리포트만 믿고 내츄럴엔도텍이나 조선 빅3의 주식을 산 개인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최근 반환점을 돈 국정감사에서도 매도리포트 문제가 작년에 이어 또 다시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민 의원은 "국내 증권사들이 발간한 매도리포트는 1000건당 1건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 이어 똑같은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지만, 1년 동안 매수일색의 리포트 발간 관행이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김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법률이든 금융투자업 하위 규정이든 제도적인 정비도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자율적으로는 매수리포트 일색의 관행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자 정치권에서 이를 강제로 규정화 하겠다는 것으로, 매도리포트 비율을 정치권에서 강제로 정할 경우 증권사들의 고충은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매도리포트 비율에 강제성을 둘 경우 역효과에 대한 우려와 반발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계의 나쁜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매도리포트를 발간했던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결과적으로는 사장의 경질설까지 이끌어낸 원인이었다는 점은 국내 증권사들이 매도리포트를 자신있게 발간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며 "증권사에 대한 기업의 부당한 압력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증권사에 대해 매도리포트를 의무적으로 발간하게 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증권업계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에 대한 불신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이탈하고 신뢰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각 증권사들은 리서치센터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금융당국과 협의체를 구성해 업계 관행 개선을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