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 보험사 "규제 애로사항 많아…불확실성이 가장 큰 애로"
-
금융 복합점포 내 입점한 보험사들이 '개점 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업계 보험사와 정치권의 반대에도 금융당국이 시범 운영을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그 간의 실적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광화문 금융복합점포에 입점한 NH농협생명은 첫달인 8월 한달간 보장성보험과 종신보험을 7건 계약했으며, 9월에는 한건의 계약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압구정 금융복합점포에 입점한 하나생명은 첫달 8월 실적이 2건에 불과했으며, 9월 한달 동안 5건으로 늘어났지만 여전히 손해를 면치 못하는 실정은 NH농협생명과 비슷하다.
지난 9월 24일 직장인들의 접근성이 좋은 여의도에 금융복합점포를 입점한 KB손해보험과 KB생명은 비교적 문의가 많은 편이지만 실적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KB손보 관계자는 "오픈 후 추석연휴를 제외한 24일부터 30일까지 4일 동안 총 29명의 고객이 상담했다. 주로 저가형 실생활 필수인 자동차, 운전자, 실손보험에 대한 문의가 있었으며 4일 영업일 동안 2건 계약실적을 보였다"고 했다.실적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로 칸막이 규제와 아웃바운드 영업 규제를 가장 많이 꼽았다.
금융복합점포에 입점된 보험사 관계자는 "은행, 증권 창구와는 달리 보험사는 독립된 공간에 있어야 한다. 은행이나 증권사 직원들이 보험사 상담을 추천하거나 내방고객이 직접 보험사를 방문해야 하는데 문이 하나 더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아웃바운드 영업 금지로 내방고객에게 홍보지를 준다거나 직접 추천하는 것도 불가능해 애로사항이 많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입점 보험사 관계자는 "시범운영 기간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래야 시범기간을 통해 문제점을 찾을 수 있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규제를 만들어야 하지만 오히려 반대가 됐다. 보험사 창구 내 직원들은 상품구성에 대해서는 물론 언더라이팅, 보상 등 경험이 풍부한 인력이 배치됐다. 고급인력이 제 역할을 못한 채 소모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시범운영 기간 후 정책적 불확실성도 사업추진의 어려움으로 꼽았다.
금융복합점포 입점한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규제와 관련한 애로상항이 한 두개가 아닌데, 규제가 풀릴 것이라 큰 기대를 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애로 사항이다. 시범 운영기간 동안 지주사 당 3개의 점포를 만들 수 있는데 이후 점포수 제한을 풀어줄지, 점차적으로 확대할지, 더 이상 확장하지 못하게 할 지 등 정해진 것이 없어 사업계획을 세우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복합점포를 연 금융사 수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은행-증권-보험 시너지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몰라 현 상황에서 최선을 찾는 방법으로 한정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했다.
문제는 개선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보험사를 입점시킨 금융사들의 고민만 점점 깊어지는 형국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을 통해 올해 4분기 복합점포의 상황과 현장 애로사항 등을 취합할 예정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 7월은행·보험·증권 복합점포를 2017년까지 시범 운영키로 발표하면서 미리 제시한 방안이다. 복합점포 시범운영기간 중 보험사의 복합점포 입점시 발생 가능한 부작용에 대비해 운영 현황을 분기별로 금감원에 보고키로 한 것.아쉬운 점은 금융 복합점포에 입점한 보험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뚜렷한 '해결 방안'을 마련해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현재 금융 복합점포에 입점한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보험사 입점 복함점포 추진 방안'에 따라 영업 활동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복합점포 내 보험사는 은행이나 증권 창구에 찾아온 고객을 상대로 직접 상품을 소개하거나 판매할 수 없고, 은행·증권 직원들과 함께 상담을 할 수도 없는 것. 고객이 제 발로 보험 창구를 찾아오지 않는 이상 판매 실적을 올리기 쉽지 않은 구조다.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내놓은 카드는 '현장 의견 청취' 밖에 없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금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복합점포를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초기단계인만큼 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이어 그는 "아직은 보험사가 입점한 복합점포가 얼마 없고,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앞으로 2년 동안 현장 애로사항을 풀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질 수는 있겠지만 지금 당장으로서는 시장을 지켜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