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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은행, 증권, 보험사의 업무를 한 공간에서 처리할 수 있는 금융복합점포(이하 복합점포)가 하나둘 개설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주도로 금융사가 변화를 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보험설계사의 생계문제, 불완전판매, 금융지주사에 대한 특혜논란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의견이 팽팽하다. 정치권에서도 복합점포 반대 법안이 발의돼 사실상 반쪽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
복합점포 추진 이유로 '소비자 편의성'만이 강조돼 왔지만,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과 금융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계에서 명성이 높은 윤창현 서울시립대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장)를 만나 복합점포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복합점포 사업추진을 두고 찬반의견이 여전히 팽팽한데?
금융사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복합점포라는 시도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단, 복합점포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 정부와 금융사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점포의 갯수나 서비스 제공에 대한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 제한을 하면 역할이 줄어들게 되고 큰 효과를 볼 수 없다. 경쟁력을 키우기도 전에 어영부영하다가 끝날 수도 있다.
큰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여러가지 시도가 필요하다. 뭐든 경쟁체제로 가야 발전하지 않겠나. 구색 갖추기에 머물지 않고 1등이 되기 위해 열심히 경쟁하다보면 차별화된 서비스가 나올 것이다.
복합점포도 인터넷은행, 빅데이터 활용 등과 함께 금융사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효과를 보려면 정부도 규제완화를 확실해 해야한다. -
복합점포 도입의 시기가 적절하다고 판단되는가?
소비자들이 금융을 소비하는 방식이 변하고 있다. 점포를 찾아 대면거래하는 비율이 현격히 떨어지고 대부분의 거래가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있다. 은행, 증권사 등 한산한 점포가 늘어가고 있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몇년 동안 은행 창구를 찾지않는 사람들도 많다. 점포의 역할을 새로 정립해야 할 시기가 왔다. 온라인으로 역할을 대신할 수 없는 구체적인 상담 등 대면이 반드시 필요한 업무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금융산업이 덜 발전된 상태에서 만들어졌으면 의미가 더 컸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다. -
복합점포로 금융사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금융복합점포는 인터넷은행, 빅데이터 활용 등 처럼 폭발력을 지난 테마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복합점포는 가꾸기에 따라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공존한다.
기존의 점포를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 모아놓는 개념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보험사 입점이 허용되면서 기존의 시장을 뺏고 뺏기는 '제로섬(zero sum)' 싸움이 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 효과를 보기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 확신하기 어려운 이유는 지주사 별로 점포수를 제한하며 무한경쟁 체제를 막기 때문이다. 뺏어오기식, 나눠먹기식 구조가 된다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복합점포에서 보험을 판매할 때 한 보험사의 상품을 25% 이상 팔 수 없도록 하고 보장성·자동차보험 판매금지 등 상품 제한, 입점 판매 인원 제한 등도 경쟁을 방해하는 규제가 될 수 있다. -
정치권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정치권에서도 한국의 금융발전을 위해서 복합점포의 시도를 전향적으로 봐줬으면 한다. 행정은 금융당국에 맡기고 정치권에서는 공청회를 열어 업계와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수준이 돼야한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을 막겠다는 것은 일종의 '법안남용'이다. 혁신의 씨앗에서 열매가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만약 복합점포 반대법안이 통과한다면 금융산업에 굉장한 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사실 현재도 정치권의 이러한 움직임 때문에 금융사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사업 추진 여부가 모호한 상황에서 정치적 리스크를 안은 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전사적으로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사는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법안이 남용돼 정부의 정책방향이 무력화되면 안된다. 문제가 있다면 국정감사, 청문회 등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
보험설계사의 일자리 보장문제과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도 있다.
금융산업 전체를 봐야 한다. 산업의 흐름에 따라 보험설계사 뿐만 아니라 관련 인력의 역할이 변하고 이동하고 있다. 보험설계사의 직업을 보장하기 위해 또 다른 규제를 만든다면,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채널이 바뀌면서 시장이 변화한다면 아무리 보험설계사의 자리를 지켜주려고 해도 못할 수 있다.단순하게 복합점포가 들어선만큼 보험설계사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가격 때문에 온라인 보험가입을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생기고 있으며, 상담의 질과 편리성 때문에 복합점포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생길 수도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취향에 따라 채널이 변화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복합점포에서의 보험판매로 불완전판매를 오히려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대일 대면 영업보다 규칙을 더 준수할 수 있다. 단둘이 만나 이야기 하는 것보다 오픈된 장소에서 상담을 하다보면 과장된 사실을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입을 시키려고 무리하게 영업하지 못할 것이다. -
복합점포가 금융사의 경쟁력을 키우는 대안이 되려면?
복합점포가 단지 지점사이를 왔다갔다하는 물리적 거리가 줄었다는 것에 그치면 안된다. 복합점포만의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성공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병원과 같이 '주치의-전문의' 구조로 가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고객이 찾아오면 전담직원이 주치의 역할을 하면서 전반적인 재무상태를 파악하고 어떤 부분에 보완이 필요한지 권유해 주는 것이다.
병원이 여러곳 들어선 병원과 종합병원은 서비스 질의 차이가 크다. 복합점포가 단순히 여러 금융사가 모여있는 물리적 공간에 머무르면 안된다.
필요한 상품에 따라 은행, 증권, 보험사의 전문가를 연결해 집중상담을 받게 해준다면 금융사간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에 합당한 수수료체계도 필요하다. 복합점포에서 상담이 이뤄지면 이에 맞는 직원들의 보상체계가 중요하다.
상담에 대한 수수료 체계, 다른 금융사 상품을 가입하게 도와줬을 경우의 수수료도 합리적으로 책정돼야 할 것이다. 지주 계열사 전체적으로 성장하는 것도 좋지만 실제 이득은 상품을 가입한 회사에 가기 때문이다. 점포에 들어선 금융사끼리 유기적이고 복합적인 연합이 필요하다.
이외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방안을 스스로 고민하고 경쟁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단순한 시도에 그칠 수 있다.
이러한 시너지를 낼 수 없다면 각각의 금융사는 소비자의 재무상태를 파악해 필요한 금융상품을 안내하기 보다는 본인 회사의 상품만을 팔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금융산업과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소비자들은 아직 복합점포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복합점포 개수를 지주사별로 2~3개로 제한한다면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못할 수 있다.
초기 단계에서 조심스럽게 진행한다는 점은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복합점포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선제한을 두지 말고 경쟁구도로 만들어야 한다.
빅데이터 관련 개인정보보호도 마찬가지다. 사고가 발생하면 본질은 흐려져 금융사를 질책하는 것에만 몰두하면 안된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고치는 것이 맞다.다른 나라에서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수집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과잉대응해 만든 전시행정, 전시입법이 우리 금융산업을 멍들게 하고 있다.
본질을 훼손하는 전시행정과 입법이 계속된다면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선진금융은 수많은 규제 때문에 우리나라에 들어오려 하지 않고, 경쟁력을 잃은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해외에도 진출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