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승소하고도 남는거 없어", 변호사 배만 불리는 꼴 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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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뉴데일리경제

    연간 1조원대 규모로 성장한 아파트 하자 보수시장을 노린 기형적 소송 형태의 '하자 기획 소송'이 판치고 있다.


    주택시장의 곰팡이처럼 자라난 하자 기획 소송 근절을 위해서는 실질적 하자 보수를 우선하는 판례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발표한 '공동주택 하자 기획 소송의 최근 동향 및 대응방안'에 따르면 아파트 입주민과 건설사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하자 기획 소송'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하자 보수가 아닌 금전 취득을 위한 소송전으로 변질되면서 당사자간 갈등과 분쟁을 심화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어서다.


    하자 기획 소송이란 소송을 의뢰하는 입주민의 이익보다 일부 변호사(법무법인 포함) 자신의 수익 극대화에 비중을 둔 '위장 기획 소송' 성격의 하자 소송을 말한다.


    이는 하자 보수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는 입주민의 상태를 이용해 권익 보호보다 이익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의 하자 기획 소송은 변호사나 법조 브로커가 경제적 이익 등을 빌미로 의뢰인을 유인, 과도한 수익을 챙기는 방식으로 변질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변호사는 판결 금액의 17~30%를 승소에 따른 성공보수금으로 챙길 수 있어서다. 패소하더라도 수임료 등 각종 명목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심지어 승소시 하자 보수 공사를 변호사와 연계된 업체에 맡기도록 미리 약정하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 입주민을 유혹하기 위해 하자 보수 비용이나 손해배상금을 부풀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2007년 부산해운대의 4000가구 규모인 G아파트는 균열 등 손해배상을 40억여원 청구했으나 기각돼 입주민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2008년 1000가구 규모의 경기 용인 A아파트도 20억여원을 청구했다가 3억여원 승소에 그쳐, 실질적인 하자 보수비용을 받지 못했다.


    손해배상 청구액이 100억여원이었던 소송에서 판결액이 6억원에 불과한 사례도 있다.


    건산연은 아파트 하자 보수비 규모를 연간 1조원대로 보고 있다.


    전국적으로 225개 건설사를 상대로 663건의 하자보수 이행 청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160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행 청구액만 4700억원대에 이른다.


    이 같은 하자 기획 소송 근절을 위해서는 실질적 하자 보수를 우선하는 법원의 판결 변화가 요구된다.


    보상 위주의 현재 소송 방식은 금전적 보상을 우선하는 기획 소송으로 변질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두성규 연구위원은 "하자 소송에서 입주민이 승소하더라도 기대했던 것보다 법원에서 인정된 금액이 적으면 실제 아파트 하자를 보수하는 데 사용하지 않고 각자 나눠 쓰는 경우가 많다"며 "법원 판결이 하자보수의 역무적 이행에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선회하면 기형적 소송은 점차 퇴출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하자 소송의 승소로 입주민이 수령하게 되는 판결금을 '주택법'에 규정된 하자보수보증금 사용 용도 제한과 마찬가지로 하자 보수에 우선 사용할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주택법의 하자보수보증금은 하자 보수에 직접 사용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용 내역도 시·군·구청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하자 조정 절차에 의한 분쟁 처리를 재판 절차에 앞서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조정전치주의' 도입 필요성도 제기됐다.


    두 연구위원은 "하자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건수를 보면 지난해 10월 기준 조정 신청 263건 중 조정 성립 비율이 43%에 달하고 45%는 분쟁 조정 신청 이후 시공사와 입주자간에 자체 해결됐다"며 "하자 분쟁 조정을 위무화하면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다만 "하자분쟁조정위원회의 신속한 조정능력, 공정성, 전문성 등은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