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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전 국무총리(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는 8일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지금으로서는 한국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동반성장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는 이날 정 전 총리를 초청, '한국경제 체질개선을 위한 중견기업의 역할'이란 주제로 '제161회 Ahpek INSIGHTS(아펙 인사이츠)'를 개최했다. 'Ahpek INSIGHTS'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대내외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새로운 '통찰력'과 '경영 노하우'를 공유하는 강연 프로그램이다.
이 자리에서 정 전 총리는 "한국경제의 어두운 면은 저성장과 양극화"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동반성장을 제시했다.
정 전 총리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8.6%, 90년대에는 6.7%이던 경제성장률이 2010년대 들어서는 2~3%대까지 떨어졌다"며 "1997년 외환위기 바로 전 0.27이던 지니계수(소득불평등 지수)가 0.35를 넘어서는 등 소득분배도 점점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재벌들이 1년에 올리는 매출액이 GDP(국내총생산)의 60%에 육박할 정도로 재벌 의존도가 커졌는데, 이 값은 1980년대 초 20%였고, 지금부터 10년 전만해도 40%였다"며 "경제적 힘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대외 충격에 더 취약해졌고, 경제 전체의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정 전 총리는 또 "동반성장은 있는 사람들로부터 빼앗아 없는 이들한테 나눠주자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우면서 분배구조를 고치자는 것"이라며 "과거 100을 벌어 부자와 아닌 사람이 50대 50으로 나눴다면, 110을 버는 지금은 부자가 53 정도를 가져가고 나머지 57은 부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가도록 하는 분배의 룰을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반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과제로 정 전 총리는 초과이익 공유(협력이익 배분)와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정부 조달 재화·서비스의 일정부분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 등을 제시했다.
그는 "동반성장위원회의 첫 작품인 초과이익 공유제는 1920년대 미국 할리우드 영화제작자가 영화를 만들 때 감독, 배우, 배급사에 주는 개런티와 비슷한 개념"이라며 "현대차와 도요타의 경쟁이 아닌 '현대차 더하기 협력업체' 대 '도요타 더하기 협력업체'의 경쟁으로, 협력업체를 비용절감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실질적으로 한 부서의 역할을 해내는 기업으로 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관련해서는 "대기업이 더 이상 지네발식 확장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키워주자는 취지로, 중소기업이 주력이 된다면 대기업과의 격차가 줄어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방안들은 기존의 불공정한 게임룰 아래에서라면 대기업으로만 흘러가 고여 있을 돈이 중소기업에 합리적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조치"라며 "단기적으로는 경기침체를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속적 성장의 기초가 될 수 있다. 양극화로 인한 사회갈등과 분열을 해소하는 데 기여한다"고 설명했다.그는 "동반성장은 단기적으로 경기침체가 완화되고 장기적으로는 지속적 성장의 기초가 된다"며 "양극화로 인한 사회갈등과 분열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덧붙여 "동반성장은 양적인 발전 이후에 질적인 발전이 있을 것"이라며 "SK의 경우 예전에는 협력업체에 대금을 깎자는 얘기를 거리낌없이 했지만 동반성장 위원회를 만든 이후에는 목소리가 조금 떨린다고 한다. 큰 발전의 증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