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안야구장은 천안시가 총사업비 780억원을 투입해 2013년 개장한 구장이다. 하지만 이 구장은 현재 잡초만 무성한 채 방치돼 있다.ⓒ연합뉴스
    ▲ 천안야구장은 천안시가 총사업비 780억원을 투입해 2013년 개장한 구장이다. 하지만 이 구장은 현재 잡초만 무성한 채 방치돼 있다.ⓒ연합뉴스


    "한남더힐이나 천안야구장 감정평가에서 알 수 있듯이 감정평가사들의 자의적인 가격평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

    "천안야구장의 경우 한쪽은 담보를 평가목적으로 삼았고, 다른 한쪽은 보상을 평가목적으로 했다는데 같은 땅인데도 목적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느냐"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평가방법과 목적에 따라 감정평가액이 달라질 때도 있어서…천안야구장은 감정평가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징계위원회에서 결정했다" (손태락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

    지난달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 현장. 여야 의원들은 천안야구장과 한남더힐을 예로 들면서 감정평가가 부정확하다는 질타를 쏟아냈다.

    감정평가가 잘못됐다는 것인데 엄밀히 말하면 한국감정원의 타당성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례다.

    '감정평가(鑑定評價)'는 토지, 건물, 항공기, 선박, 유가 증권 등 재산에 대해 경제적 가치를 판정해 그 결과를 가액으로 표시하는 것이다.

    이는 △금융기관 담보 △공시지가 관련된 표준지 조사와 평가 △법원 경매 물건 가격 결정 등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문제는 감정평가로 산출된 금액이 때대로 사회적 논란을 부른다는 것이다. 

    천안야구장은 천안시가 총사업비 780억원을 투입해 2013년 개장한 구장이다. 하지만 이 구장은 현재 잡초만 무성한 채 방치돼 있다. 관리 부실로 야구장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부실의 원인은 총사업비 780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토지보상비 540억원이 꼽힌다. 야구장 부지 13만5432㎡에 3.3㎡당 평균 보상비만 131만7000원에 이른다. 보상액을 산정하는 감정평가에 대한 의혹이 불거질 수 밖에 없다. 

    김경협 의원은 같은 감정평가사가 동일 토지를 평가했는데 채 1년도 되지 않아 1㎡당 가격이 크게 인상됐다며 감정평가 부실론을 제기했다. 타당성 조사를 시행한 한국감정원도 '부적정' 의견을 냈다. 

    반면 국토부 감평사 징계위원회는 국감 전인 지난 8월 천안야구장 부지 13만㎡의 토지보상액을 540억원으로 산정한 것에 대해 '불문' 결정을 내렸다. 감정평가가 징계를 받을 만큼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동일 토지의 감정평가 금액이 차이가 나는 것은 금융기관에 담보로 쓰이는 담보평가와 개발에 따른 보상을 위한 보상평가의 차이 때문"이라며 "담보평가는 경매 시 낙찰가율과 담보물의 환가성 등을 고려해 금액이 낮게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천안야구장의 경우 담보평가는 체육시설 지정으로 다른 개발을 하지 못하는 점이 반영된다"며 "보상평가는 정당보상을 위해 체육시설 지정을 배제하고 평가하기에 금액 차이가 더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천안야구장 부지의 보상가가 인근 지역에 비해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세금 문제 등으로 실거래가 신고를 공시 지가로 하는 상황일 수 있다"며 "야구장 부지보다 거래금액이 싸다는 인근 주거지역이 건물을 올릴 수 없을 정도로 좁은 토지인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 ▲ 2009년 2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분양된 한남더힐은 당시 임대보증금만 14억에서 25억원, 월 임대료가 400만원을 넘나들 정도로 임대아파트 중 최고급으로 평가됐다.ⓒ연합뉴스
    ▲ 2009년 2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분양된 한남더힐은 당시 임대보증금만 14억에서 25억원, 월 임대료가 400만원을 넘나들 정도로 임대아파트 중 최고급으로 평가됐다.ⓒ연합뉴스


    한남더힐은 입주민과 시행사 간 감정평가액이 지나치게 달라 혼란을 일으킨 케이스다. 

    2009년 2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분양된 한남더힐은 당시 임대보증금만 14억에서 25억원, 월 임대료가 400만원을 넘나들 정도로 임대아파트 중 최고급으로 평가됐다. 임대 기간은 10년으로 2011년 1월부터 입주가 진행됐다.

    문제는 한남더힐이 분양전환에 들어가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불거졌다. 의무임대 기간인 5년의 절반 이상이 지난 시점이어서 입주민 동의가 있으면 분양전환이 가능하다. 이때 입주민대표 회의와 시행사가 각각 감정평가한 금액의 평균을 분양가로 삼는다. 

    입주민과 시행사는 각자 감정평가를 시행했지만 평가액 격차는 심각했다. 입주민 측 감정평가법인은 감정평가액을 1조1699억원, 시행사 측 감정평가법인은 2조5512억원으로 매겼다. 전용 332㎡의 경우 입주민은 3.3㎡당 평균가격 2904만원, 시행사는 3.3㎡당 평균가격 7944만원으로 평가해 2.7배나 차이 났다. 

    입주민과 시행사 간 감정평가액이 이렇게 차이가 난 것은 감정평가 시 거래사례비교법에서 비교군이 되는 아파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인근 지역, 유사한 규모, 최근 거래실적 등의 기준이 있음에도 감정평가액을 자신이 원하는 수준에 맞추기 위해 엉뚱한 물건과 비교했다는 것이다. 

    감정원은 한남더힐에 대해 타당성 조사를 시행해 양측의 감정평가가 모두 부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남더힐의 적정가격은 1조6800억~1조9800억원 수준으로 정했다. 국토부는 감정원의 타당성 조사를 토대로 입주민과 시행사 측 감정평가법인과 감평사에게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7월 시행사 측 감평사가 낸 업무정지처분 취소소송에서 한남더힐의 거래 시세와 2조785억원으로 책정된 담보평가액 등을 고려할 때 감정평가액 2조5512억원이 과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결국 천안야구장과 한남더힐은 감정평가 오류보다 감정원의 타당성 조사에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타당성 조사는 자칫 큰 손실을 불러올 수 있는 잘못된 감정평가를 바로잡기 위해 시행한다. 감정원은 엄정한 타당성 조 사를 통해 애꿎은 피해자가 나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