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가 업무 배정 무기로 법인 길들이기…결과 비공개로 비난 자초
  • ▲ 국토교통부.ⓒ연합뉴스
    ▲ 국토교통부.ⓒ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가격공시 업무의 정확성 제고를 내세워 민간 대형감정평가법인을 한 줄 세우기 하고 있어 감독기관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무평가 결과를 공개하지도 않아 국토부가 공시지가 배정권을 무기로 말 안 듣는 법인을 길들이기 위해 법인 평가를 악용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23일 감정평가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2010년부터 부동산 가격공시 업무를 수행하는 13개 민간 대형법인을 대상으로 법인 실적을 평가해 이를 토대로 공시지가 업무량을 배정한다.


    평가는 감정평가와 가격공시, 경영시스템 등 항목별로 점수를 매기고 가중치를 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공시지가 업무 능력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을 두어 가산점을 주거나 평가를 이유로 민간 기업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까지 요구한다는 점이다.


    감정평가부문의 경우 국토부는 투명성 향상을 이유로 감정평가 사례(실적) 정보를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등록 정보의 정확도와 제출기한 준수 여부를 따져 점수를 차등 부과한다.


    하지만 토지와 달리 건축물은 감정평가액이 사용 내장재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어서 정보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회사 내부 영업비밀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더욱이 해당 정보를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감정원이 취합하고 있다. 사실상 대형법인의 영업 정보가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명분으로 경쟁사에 넘겨지고 있는 셈이다.


    가격공시부문에서는 공시업무와 관련해 법인의 지원업무 참여 정도에 따라 가산점을 준다.


    공시지가 업무에 대한 자료 취합이나 검수작업 등의 부대 업무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지원했느냐에 따라 점수를 더 주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는 객관성을 가지고 대형법인을 심사해 공시지가 업무를 배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공시지가 배정권을 가지고 말 잘 듣는 법인에 일감을 더 주겠다는 심사"라고 꼬집었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논문 발표 건수와 정책 제안 건수 등이 공시지가 업무수행 능력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민간 기업 평가를 시장에 맡겨야지 정부가 서열화하겠다는 것은 한 마디로 국토부 입맛에 맞게 법인을 길들이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수물건이나 외국 바이어의 경우 업무를 수주하려고 보안각서를 쓰기도 한다"며 "가산점을 받으려고 각서를 깨거나 영업비밀을 노출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업무평가 결과를 공개하지도 않고 있어 '묻지 마 평가'라는 업계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등수가 공개되진 않아도 나중에 공시지가 업무량을 보면 평가 1등 법인과 꼴찌는 구분이 된다"며 "무슨 이유로 꼴찌인지 확인하려고 점수 공개를 요구해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토부가 대형법인을 길들이기 위해 업무평가를 시행하고 있지만, 법인들은 관리·감독기관이 한다니까 아무런 말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