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흔들리자 기대 수익률 낮추는 대신 녹인 없앤 상품 잇따라 출시초저금리 기조에 여전히 예·적금보다 경쟁력 있어
  • 홍콩증시 급락으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주가연계증권)의 조기상환이 대거 실패하는 등 최근 ELS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LS는 증권업계가 놓쳐서는 안되는 시장이다. 때문에 최근 업계는 수익성보다는 안전성을 바탕으로 한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던 ELS 트렌드가 '저위험·저수익'으로 바뀌고 있는 것.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ELS 발행사들은 목표 수익률을 다소 낮추더라도 실제로 수익을 낼 가능성이 큰 구조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에 발행됐던 ELS들이 추구했던 연간 수익률이 7~8% 대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5% 미만의 수익을 추구하는 ELS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기대 수익률을 줄이는 대신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는 구간을 뜻하는 '녹인 배리어'(knock in barrier)가 없는 '노 녹인' 구조를 넣어 안정성은 높이고 있다.


    노 녹인형 상품은 보유 중에 기초 자산이 폭락하더라도 만기시 50∼60%가량 이상의 수준을 유지하면 약정된 수익을 받을 수 있다.


    지난 8일 현대증권이 공모를 마친 '현대able ELS 1226호'의 경우 노 녹인 구조로 최고 연 4.7%의 수익을 제공한다. '현대able ELS 1227호' 역시 노 녹인 구조에 최고 연 4.2%의 수익을 제공한다. 이들은 각각 S&P500지수와 코스피200지수·S&P500지수·유로스탁스50(Eurostoxx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주 코스피200과 유로스탁스50을 기초자산으로 연 6.00%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하나금융투자 ELS 5842회'를 모집했다. '하나금융투자ELS 5843'도 유로스탁스50을 기초자산으로 연 6.00%의 수익을 추구한다. 이들 모두 녹인을 없앴다.


    신한금융투자가 선보인 'ELS 11661호' 역시 조기상환형 스텝다운 구조에 3년만기, 노녹인 구조로 연 5.0%의 수익을 추구한다.


    이처럼 60조원대에 달하는 ELS 시장은 현재 고수익을 추구하기보다 안전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ELS 시장이 출렁이면서 녹인구간 진입과 원금손실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대 수익률 보다는 실제로 수익을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ELS 상품은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만기 기간과 상관없이 조기상환을 전제로 6개월 가량의 단기 투자수단으로 인식돼 왔다. 반면 최근 H지수가 폭락하면서 ELS의 조기 상환 실패가 속출하고 있다.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단기 투자처로서의 매력이 상당부분 감소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9월 중 조기상환된 ELS 상품은 278개에 불과했다. 올들어 7월까지는 매달 1000개 이상이 조기상환됐고, 특히 7월 한달 중 조기상환된 ELS가 1855개인 점을 감안하면 2개월 만에 6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이에 따라 9월 한달 동안 발행된 금액 역시 3조원대로 지난 8월 6조, 7월 7조원대에 비해 급감했다. ELS 조기 상환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신규발행 역시 줄어드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상적으로 ELS는 6개월 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지며 조기상환된 자금은 ELS에 다시 재투자되는데 조기상환이 줄면 재투자 여력 역시 감소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ELS시장을 침체된 상태로 방치할 수는 없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입장이다. 이미 업계 전체가 ELS로 인해 3분기 실망스런 수준의 실적발표가 확실시 되는 만큼 4분기에는 적극적인 전략으로 만회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우려와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또 다른 기회 제공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변동성이 높아진 시점을 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수 급락 또는 추가 하락시 투자에 나서는 것이 투자의 기본이라는 점에서 현 시점 역시 ELS시장은 좋은 전략이 수반되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1.6%대에 그치는 등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바닥을 찍고 있는 점도 ELS 시장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ELS 상품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질 경우 안전자산인 예·적금과 차별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지만 초저금리 기조에 금리 역시 동반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수단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