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하루 빼고 '팔자'…8월부터 이탈세 뚜렷시총 비중 큰 반도체 대형주 매도폭탄…지수 하락 견인미국발 경기침체 불안감 확산 영향…추석 앞두고 관망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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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발 경기침체 불안감이 확산하며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자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빠르게 팔아치우고 있다. 개인 투자 심리까지 얼어붙어 증시 수급 상황이 얇아지면서 증시는 당분간 제한된 흐름을 지속할 전망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7거래일간 3조1057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외국인 순매수 기조는 지난달 들어 뚜렷이 꺾인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액은 총 22조9000억원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88년 이후 최고치였다. 이전 최대치가 2004년 상반기 12조2400억원이었던 데 비하면 거의 2배에 가까운 규모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코스피 주식을 지난 5월(-1조3307억원)을 제외하고 1월 3조4828억원, 2월 7조8583억원, 3월 4조4285억원, 4월 3조3727억원, 6월 4조6111억원 등 지속적으로 사들여왔다.

    매도세가 확대되기 시작한 7월부터 순매수액은 1조6940억원으로 크게 줄어들더니 8월 중순부터는 이탈세가 두드러지게 늘었다. 지난달 외국인들은 2조868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선 그 '팔자'세가 급격히 거세졌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7거래일 중 지난 2일 하루를 제외하고 연이어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6거래일 동안 팔아치운 코스피 주식(3조1057억원)은 이미 지난 8월 한 달간의 순매도 규모를 넘어섰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는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큰 반도체 종목에 쏠렸다. 

    지난 2~10일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 1, 2위는 삼성전자(4조3295억원어치)와 SK하이닉스(1조1121억원)다. 6거래일 만에 시총 상위 두 종목을 5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7거래일간 코스피 역시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심리적인 지지선인 2600선이 깨지며 2500선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외국인 수급의 변화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업종의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겹친 영향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7월 고용지표가 전망치를 밑돌면서 시장에는 경기 불안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인하 폭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경계심이 확산하고 있다. 

    그나마 시장의 매도세를 받쳐주던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도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논란 등으로 급격히 얼어붙은 상황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연휴 및 과세 불확실성 등으로 거래가 계속 말라붙은 상태"라면서 "외국인들도 최근 한국 비중을 줄이고 있는 등 수급상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고 평가했다. 

    거시적인 불확실성, 추석 연휴를 앞두고 관망 심리가 깔려 있어 당분간은 수급적으로 제한된 흐름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형 증권사 한 프라이빗뱅커(PB)는 "관리하는 고액 자산가 대다수는 금투세 불확실성으로 인한 리스크 관리를 이미 하고 있는 상황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까지 겹쳐 시장이 제한된 수급 속에서 움직이다보니 흐름 자체가 저조한 상태"라면서 "폭은 제한적인데 기존 종목들은 너무 많이 빠져 있어 매일 매일이 쉽지 않은 장이다. 연휴 때까지는 답답한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현물 순매수는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라며 "시장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센티멘트가 낙관적이지 않음을 고려할 때 보수적 투자 관점 유지가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