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로켓배송' 위법 논란속 '몸집불리기'…"택배-물류업 붕괴"

최근 배송사업 불법 논란에 휩싸인 쿠팡이 2년간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확정하면서 하면서 물류업계와 유통업계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쿠팡의 로켓서비스가 9800원 이상의 상품에 대해 배송비를 무료로 하고는 있지만, 상품 가격을 높여 그 안에 배송비를 포함시키는 등 운수사업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고 있음에도, 막대한 투자와 고용을 선언하며 물류·유통업계의 경계를 파괴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더불어 '2시간 이내 배달'과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며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기존 유통업체들의 기반도 함께 뒤흔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등 정부 차원의 명확한 법 적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김범석 쿠팡 대표는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완전히 새로운 유통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고용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2017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해 현재 3500명 수준인 쿠팡맨(배달 직원) 수를 1만5000명으로 늘리고, 물류센터·고객센터 직원 채용까지 합해 총 3만9000명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쿠팡이 이 같은 투자 및 고용을 늘리는 것은 현재 '24시간 이내 배달' 원칙을 '2시간 이내 배달'로 앞당기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서비스 지역도 수도권과 6대 광역시에서 전국으로 확대한다. 현재 인천·대구 등 전국 14곳에 있는 물류센터도 같은 기간 21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이에대해 택배업계는 화물자동차운송사업자 지위를 획득한 상태에서 '영업용 차량임'을 알리는 '노란색' 번호판을 달고 배송 차량 운행을 해야하지만, 흰색번호판인 자가용 차량을 가지고 배송을 하는 불법 영업 논란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몸집불리기를 시도하는 쿠팡의 행태는 적합치 않다는 지적이다.

다시말해, 현재 택배시장은 택배기사(개인화물사업자/국토부로부터 허가 받은 노란색 번호판)가 택배사로부터 물량을 배정 받아 배달상자당 운임을 받는 구조인데, 이런 상황에서 이 같은 구조를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차량을 운영해 영세한 택배기사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의 로켓서비스가 9800원 이상의 상품이 배송비가 무료라 할지라도, 상품 가격을 높여 그 안에 배송비가 포함된다면 운수사업법에 저촉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쿠팡과 DHL 같은 업체들이 법을 피해 이와 같은 배송망을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면 화물 허가권을 가진 개인사업자 택배기사들은 일감이 없어 생계가 막막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온·오프라인 유통회사들이 모두 자체 배송 서비스를 한다고 하면 택배업의 근간이 허물어지게 된다"면서 "그런데도 불구, 돈에 눈이멀어 이러한 업계 생태계를 무시한채 몸집불리기만 나선 쿠팡의 이러한 행태는 택배·유통업계의 모든 경계를 파괴하겠다는 이야기로 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또 "CJ대한통운·한진택배 등 주요 택배업체들은 지난달 13일 한국통합물류협회 명의로 '쿠팡의 배달 서비스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며 "불법 논란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쿠팡의 선언은 업계간 갈등의 골만 깊게한 셈이다. 물류사업 선진화를 위해 주무부처인 국토부과 법제처의 관련 법률 정비 및 위법판결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업계에선 쿠팡의 이 같은 '몸집불리기'가 물류 산업 뿐 아니라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기존 유통업체들의 기반도 함께 뒤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시험 서비스 중인 '2시간 이내 배송'이 가능해지면 취급하는 상품도 대폭 확장돼, 굳이 대형마트 및 백화점에 나가지 않고 고객들이 집에서 아무 상품이나 골라 2시간 이내 배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온라인·모바일 쇼핑몰은 배달 과정에서 변질·부패를 우려해 신선식품(생선·채소 등)을 다루지 않는 곳이 많은데, '2시간 이내 배송'이 가능해 진다면 신선식품은 물론, 어떤 상품이든 쉽게 장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굳이 외부로 나가 장을 볼 필요가 없다. 현재 쿠팡의 시도는 기존 유통업체들의 기반도 함게 뒤흔들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쿠팡 측은 "로켓배송은 생산자에게 직접 대량으로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한 뒤 자체 배송 인력을 고용해 구매자에게 직접 전달해주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규제 대상이 된다면 자영업자들이 자기 차량을 이용하는 배달 서비스인 꽃집의 꽃 배달이나 중국집의 자장면 배달까지 화물운송사업에 해당된다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이어 "택배회사들은 자사 영업이익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 주장하지만 애초에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며 "시행 1년7개월 동안 각 회사가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도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고 있어 권리 보전 필요성도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