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ECM 등 기존 강점에 헤지펀드 진출로 통합 시너지 가시화주주배당·임직원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정책 주목
  • 업계 1위 NH투자증권의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책임감이 막중해졌다. 합병 이후 전열 재정비를 마친 NH투자증권은 대우증권 인수전 이후 내년부터 판도가 바뀔 업계에서 2위가 된다. 이른바 '넘버투'가 아닌 '투톱'으로서의 역할과 임무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통합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권업계 1위인 NH투자증권은 내년이면 업계 순위를 한단계 낮춰야 한다. 올해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으로 탄생한 NH투자증권의 상반기 기준 자기자본은 4조5000억원으로 지난 1년 동안 KDB대우증권(4조3000억원)에 근소한 차이로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대우증권이 새로운 주인과 출발하는 순간 순위는 2위로 낮아진다.


    통합출범과 함께 업계 1위 증권사로 새출발 함에 따라 주목과 경계를 한몸에 받았던 만큼 성적에 대한 아쉬움은 컸다.


    상반기의 경우 합병위로금, 통상임금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1617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3분기에는 특별한 일회성 요인이 없었음에도 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13% 감소한 672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반면 NH투자증권은 올해 화두가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화학적 결합을 통한 전열 재정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부터의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통합출범 후 NH투자증권은 내부적으로 통합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동안 이원화돼 왔던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임금 및 인사제도를 상향 평준화하고, 노조간 통합에도 힘을 쏟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통합출범 이후 업계 1위로 올라섰지만 대우증권이 매물로 나온 순간부터 업계 순위하락은 기정사실로 여겨왔던 만큼 내실 갖추기에 주력했다"며 "인사·임금·노조 등의 통합이 이뤄져야 진정한 하나의 회사로 거듭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통합출범 이후 안정화 행보는 빠른 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주주 배당에 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점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빠른 통합작업이 일어났기 때문에 고배당 증권주로서의 입지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평가다.


    NH투자증권이 합병하기 이전인 옛 우리투자증권은 고배당 증권주 중 하나로 꼽혔다. NH투자증권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현금배당성향은 제 48기(2014년) 60.22%, 제 47기(2013년)은 73.59%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 발표한 올해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액 비중)을 50% 이상으로 책정해 보통주와 우선주 배당을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은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합병 후 첫 해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조직이 빠르게 안정을 찾아 주주 친화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을 업계는 높이 평가하고 있다.

  • ▲ 김원규 NH투자증권 대표이사 ⓒNH투자증권
    ▲ 김원규 NH투자증권 대표이사 ⓒNH투자증권

    김원규 사장을 중심으로 한 임직원의 자사주 매입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지난 8월에는 상무보 이상의 28명의 임원들이 최소 1000주에서 최대 5000주까지 자사주(우선주 포함)를 매입하며 책임경영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빠른 조직안정화를 바탕으로 업계 일각에서는 4분기부터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 역시 내부적으로 4분기에는 그룹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 중이다.


    강점을 보이고 있는 자산관리(WM)사업을 더욱 고도화 시키겠다는 방침이다. 'WM 사업 고도화'는 기관투자가에게만 편중돼 있던 리서치를 개인고객에게 확장한다는 의미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앞으로 고객들에게 국내를 넘어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을 제시해 장기수익률을 높이겠다"며 "수익지표의 비중을 축소하고, 고객수익률과 포트폴리오 고객수로 구성된 고객중심지표를 신설하는 고객수익률 항목을 도입해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발행시장(ECM)에서는 이미 올해 압도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올들어 3분기까지 ECM주관 부문에서 NH투자증권은 1조6875억원을 기록하며 2위 한국투자증권(9227억원), 3위 대우증권(4798억원)을 여유있게 제치며 1위를 기록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 중 이변이 없는 이상 NH투자증권은 유상증자와 기업공개(IPO) 주관 실적에서 올해 1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사업에서 기대되는 부분은 헤지펀드 진출이다.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시황에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 펀드의 설정 목표금액은 3000억원 규모로 국내 단일 헤지펀드 중에서 최대가 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연내 인가 추진과 함께 복합점포 확대를 모색 중이다. 자산운용업계가 장악하고 있는 헤지펀드 시장에 NH투자증권의 진출로 업계의 판도가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이와 함께 NH농협증권을 넘어 5500개 이상의 점포망과 200조원이 넘는 자산 규모를 갖추고 있는 NH농협금융과의 시너지는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로 꼽힌다. NH농협은행, NH농협생명·손보, NH-CA자산운용 등과의 협업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이 기존에 강점을 보였던 회사채 등 채권 인수 부문의 경우 농협계열사(중앙회, 은행, 지역단위농협 등)와의 협업이 증대될 것"이라며 "자산관리 부문에서도 최근 1억원 이상의 고객수가 증가하는 등 이익 기반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