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진 업황에 시장조차 '외면'
  • 인수·합병(M&A) 시장에 캐피탈사들이 자주 출몰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새 주인을 맞이하기는커녕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어 외면 받기도 하고 청산 위기에 휩싸여 있기도 하다. 이처럼 시장에서조차 제대로 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는 녹록치 않은 시장 환경이 꼽힌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 24일 산은캐피탈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마감한 결과, SK증권-HJA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만 단독 입찰했다. 국가계약법상 유효경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이번 매각은 결국 무산됐다.

    당초 SK증권 외에도 미국계 사모펀드인 JC플라워가 참여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최종입찰에는 빠졌다. 산은캐피탈의 실적이 산업은행과 관련된 벤처투자가 상당수를 차지해 산업은행으로부터 독립할 경우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씨티캐피탈의 경우 아예 청산절차를 밟는다. 앞서 씨티캐피탈은 지난해 10월 미국 씨티그룹이 매각 방침을 밝히면서 매물로 나왔다. 이에 아프로서비스그룹의 OK저축은행은 씨티캐피탈의 신용대출자산을 포함해 총 자산의 40%를 인수키로 지난 1일 최종 합의했다. 앞서 OK저축은행은 지난 5월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가 씨티캐피탈 노조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한국 씨티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의를 통해 씨티캐피탈의 신용대출자산을 처분했다"며 "나머지 자산은 분리 매각 후 청산할지 아니면 아예 소각할지 정해진 게 없지만 어쨌든간 씨티캐피탈을 청산한다는 게 그룹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수적격자를 만난 두산캐피탈은 또 다른 합병설(說)에 휘말렸다. 미국계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JC플라워가 두산캐피탈 경영권을 인수키로 하면서다. 당초 두산캐피탈은 메리츠금융지주의 가족이 될 뻔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난항을 겪다가 결국 JC플라워 품에 안기게 됐다.

    시장에서는 JC플라워가 최근 인수한 두산캐피탈을 KT캐피탈과 합병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사를 따로 관리하기 보다는 업무 효율성이나 시너지효과 등을 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설명이다. JC플라워는 지난 8월 KT그룹으로부터 KT캐피탈 지분 100%를 약 3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처럼 최근 캐피탈사들이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일부 대형사들을 제외한 업계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 요인들이 산재한 탓이다.

    실제로 지난 9월께 터진 폭스바겐 사태와 카드사들의 자동차금융시장 진출로 자동차금융 의존도가 높은 캐피탈업계가 위축되고 있다. 이는 앞서 현대차와 카드사간의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협상이 결렬되면서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연계한 자동차 복합할부상품이 사라진 데 따른 것이다.

    아울러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출범을 앞두고 중금리 대출 시장 공략을 선언함에 따라 일부 고객군이 겹치게 된 캐피탈업계는 골머리를 앓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려워진 업황에 수익 모델을 재점검하고 신사업을 모색 중에 있지만 이렇다 할 만한 내용은 아직 찾지 못했다"며 "계열사와 잘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꾸준히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