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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금융권 인력 구조조정 한파가 매섭다. 장기간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금융사들이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들고 대규모 인력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카드, 보험, 증권사에서 올 한해동안 실시한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직원은 약 50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사 적체 현상이 심한 은행권이 상반기부터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현재 카드와 보험, 증권업계까지 구조조정 여파가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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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중 올해 가장 많은 직원을 내보낸 KB국민은행은 하반기에 희망퇴직을 한번 더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 1000명을 포함한 총 5500명을 상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1121명이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지난 28일부터 이날까지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한국SC은행과 KEB하나은행의 희망퇴직 규모도 올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한국SC은행은 전체 임직원(5300여명)의 18%에 달하는 961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지난 2011년 800여명, 2013년 200여명에 이어 최대 규모다.
KEB하나은행도 약 700여명이 특별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합 전 2011년과 2009년에 각각 희망퇴직을 실시했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에서 회사를 떠난 직원은 각각 380명, 150명에 불과했다. 두 은행이 실시한 퇴직 규모를 합산한 것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올해 희망퇴직을 신청한 셈이다.
카드업계에서는 삼성카드가 가장 먼저 인력감축에 돌입해 현재 100여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고, 업계 1위인 신한카드에서도 총 176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현재 하나카드도 창사 이래 최초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어 회사를 떠나는 직원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증권사들도 인수합병(M&A)과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내년 업황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고, 불황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하나금융투자에서는 총 52명이 회사를 떠났고, KDB대우증권에서도 10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IBK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도 현재 희망퇴직 접수를 받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뿐 아니라 앞으로도 희망퇴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희망퇴직을 제도를 활용해 고연령·고임금 구조가 고착된 금융사의 체질을 개선해야하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높은 임금을 받는 고연령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갈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며 "고질적인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피라미드 구조로 전환해야만 하는 금융사로서는 희망퇴직을 계속 실시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다만 금융사들은 고연령·고임금 대상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대신 신규 채용 규모도 확대해 인력 구조 개선에 힘쓸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 420명, KEB하나은행도 500명의 신입 사원을 뽑으면서 희망퇴직으로 생겨난 빈자리를 빠르게 채우고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결국 인사 적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희망퇴직으로 고연봉을 받는 고연령 직원을 내보내고, 신입 직원은 지속적으로 충원해서 금융사의 체질을 개선하고 조직 효율성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