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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카드수수료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행 카드 수수료가 비시장적인 정부 개입으로 결정되면서 카드사와 가맹점, 사용자들이 모두 피해자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여신협회와 카드사 등은 3년에 한 번씩 적격비용 산출 작업을 통해 수수료를 결정한다. 금융당국은 이 과정을 거쳐 지난해 말 영세·중소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을 0.7%포인트 인하하고, 소액·다건 결제가 많은 가맹점 수수료율 상한을 2.7%에서 2.5%로 인하했다.
카드 수수료가 낮아지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음식점과 유통업에 종사하는 영세·중소 자영업자들의 사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불황으로 시장이 위축되고 온라인과 모바일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결정해야 될 가맹점 수수료를 법으로 강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카드 수수료는 일종의 가격이다. 가격과 혁신을 통해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중소상공인의 표를 얻기 위해 카드사의 주머니를 털어 수수료를 낮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카드 수수료가 포퓰리즘에 휘둘리면서 카드사와 가맹점 간 불협화음만 잦아지고 있다.
특히 매출 증가로 영세가맹점을 탈피한 일부 약국과 슈퍼마켓 등 일반가맹점의 경우 수수료율이 일정부분 올라가면서 반발하고 있다. 영세사업자와 같이 여전히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해달라는 것이다.
카드사 역시 수수료 인하에 따른 비용부담으로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서비스도 줄인 셈이다.
카드회사들은 카드가맹점 거래수수료 인하로 연간 6700억 원의 이익 감소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 부실이 커질 경우 자칫 2002년과 같은 카드 사태가 재연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타 금융업권 간 형평성에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은행, 보험의 경우 금융당국이 수수료 자율화를 선언하면서 금리, 수수료에 대한 그림자 규제를 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대신 고객보호에 대한 책임강화와 시장 경쟁을 유도해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상생의 길을 찾겠다는 의도다.
일각에서는 수수료 인하와 같은 조치보다 수수료 책정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먼저 필요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특히나 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내는 것에 대한 반감이 높았다. 그렇다보니 수수료 100원, 1000원 변화에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 금융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강해 양질의 금융서비스 제공에 한계가 존재했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과제는 가격 정상화다. 공짜에 익숙해져 있는 서비스를 정상화 시킬 때 우리사회의 질서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포퓰리즘에 휩쓸린 근시안적인 정책이 아닌 정당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