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목적이라면 삼성카드 지분 3%만 사도 돼금융위·주주, 지주사 계획 못들어…현실적으로도 당장 불가능그룹 내 지배구조 개편 및 주주환원정책 추진에 주목
  • ▲ 삼성그룹 지배구조 현황ⓒKB투자증권
    ▲ 삼성그룹 지배구조 현황ⓒKB투자증권



    삼성그룹이 계열사인 삼성카드의 지분정리에 나서며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IB업계에선 지주회사 체제 전환보다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란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전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로부터 삼성카드 지분 37.45%를 1조5400억원에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일각에선 삼성금융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중간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예단했다.


    그러나 중간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선 넘어야 하는 산이 많은 만큼 섣부르단 판단이다.


    먼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중간지주회사가 출범하기 위해선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중간지주사법이 통과돼야 한다.


    현재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중간지주회사법이 상반기 내 통과되기란 불투명하다.


    또한 단순히 중간금융지주사 전환을 꾀했다면 삼성생명이 1조5400억원 이상을 들이며 굳이 삼성카드 지분 전량을 매입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이 지주회사로 가려면 상장사의 경우 30% 이상 지분만 보유하고 최대주주가 되면 된다. 이 경우 기존 34.4%의 삼성카드 지분을 갖고 있었던 삼성생명은 삼성전자로부터 3%만 사도 최대주주가 된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카드사 지분을 전량 매입했다. 지주회사 전환이 목적이었다면 1200억원(삼성전자 지분 3%) 가량만 투입해 삼성카드지분을 사고 나머지는 삼성화재나 삼성증권 지분을 사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 때문에 중간지주회사 전환보다 순환출자고리 해소에 무게 추가 쏠리는 이유다.


    지난해 삼성그룹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며 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삼성그룹 순환출자 고리도 두 회사 합병으로 인해 10개에서 7개로 감소했다.


    앞으로도 순환출자고리를 끊기 위해선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 간 보유 지분 정리가 필요하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비금융회사 지분은 삼성전자 7.21%, 호텔신라 7.30%, 에스원 5.34%다.


    삼성전자의 지분은 그룹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타 비금융회사 지분 매각에 착수한 후 충분한 시간을 둬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해 볼 문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카드 지분 거래는 카드주주(전자-생명)간 거래이므로 누구에게 물어보거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면서 "금융지주회사 추진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인 만큼 구체적으로 추진할 때 주주 동의를 구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금융위 승인도 받아야 하고, 생명의 경우 보험계약자 동의도 얻어야 하는 만큼 이 과정에서 반대하는 주주는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서 "이해관계자 승낙은 금융지주사 추진을 할 때 받아야 하는 것이지, 시작도 안한 상태에서 주주나 투자자에게 물어보고 동의 구하는 것은 시장 충격은 물론, 공시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삼성생명의 카드지분 인수로 인해 주주가치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카드는 전일 배당으로 주당 1500원을 결정했다. 2013년까지 주당 700원이던 것을 재작년에는 1000원, 그리고 지난해 실적으로 1500원으로 올린 것이다.


    주당배당금을 50% 상향했고 배당성형은 52%에 달한다. 삼성생명이 대부분의 배당금을 챙길 것으로 보이나 소액주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