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개정안 반영부터 고심 … 야당 반발 고려 사항으로 작용정부 주도에도 국회 통과 불투명 … "정당에 따라 지지 갈려""중산층이 상속세 대상 … 해외 도피 늘어나는 부작용 우려"
  • ▲ 지난 4월 24일 서울 강남구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2024년 강남구 부동산 세금 설명회를 찾은 시민들이 설명 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지난 4월 24일 서울 강남구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2024년 강남구 부동산 세금 설명회를 찾은 시민들이 설명 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당정 주도로 추진 중인 상속세·종부세 개편이 물 건너갈 거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야당이 다수인 국회의 입법 환경을 고려할 때, 이달 말 나오는 세법 개정안에 담아도 폐기될 운명이란 것이다.

    8일 정부는 세법 개정안에 상속세·종부세 개편안을 포함할지부터 고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상속세·종부세의 세법 개정안 포함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 모든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우선 상속세는 그동안 과표·세율을 중심으로 인하 목소리가 지속해서 제기됐지만 이번 개편안에서조차 반영되기는 어려울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밝힌 최대 주주 할증평가 폐지와 밸류업·스케일업 기업 등에 대한 가업상속공제 한도 상향 추진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한 번에 상속세율, 과세표준 구간 조정까지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분위기다. 올해 현행 상속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본격 추진할지에 대해서도 당정 내 고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유산 취득세로 변경에 대해) 아직까지는 어떻게 할지 자체가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종부세도 마찬가지다. 이중과세 문제가 지적되며 재산세를 단일세율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지방재정 감소 등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다. 올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43.3%로 역대 최저 수준이지만, 종부세가 지자체 재원으로 활용되는 만큼 지방재정 부담 우려에 종부세를 대폭 감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정부의 고심은 이전부터 보여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한 포럼에서 "상속세는 다른 나라에 비해 부담이 높은 수준이고 현재의 제도가 20년 이상 변하지 않아서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최 부총리는 "대주주할증, 유산취득세로의 전환, 높은 세율과 낮은 공제율 등 개편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어서 고민하고 있다"면서 "7월 말 세법 개정안에 상속세를 포함하는 기본 방향은 동의하는데 어떤 것이 시급한지는 더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 개정의 최종 결정권이 국회에 있는 만큼 야당의 반발을 고려해 정부가 개정 방향을 재검토하는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야당의 반발은 당연히 고려 사항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세수 개정을 과도하게 할 경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언급된 정책까지도 피해를 입을 수 있기에 나름의 정치적 셈법까지 반영할 것"이라며 "세수 부족 문제도 동력을 줄이는 고려 대상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만약 세법 개정안에 상속세·종부세가 포함되더라도 국회에서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는 "이 부분은 (정당 등에 따라) 지지가 확연히 갈리는 이슈이기 때문에 (야당이 다수인)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가 될지, 본회의에 회부될지조차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집값과 물가는 계속 상승하는데 상속세 공제 기준은 옛날 기준 그대로라 대부분의 중산층이 상속세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이를 개편하는 것을 '부자 감세'라고 지적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세수 감소를 따지기에는 상속 세수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작다"며 "오히려 현행 상속세는 국제 기준에서 벗어나는 만큼 자산의 해외 도피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