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수출 367억4000만 달러, 전년 대비 18.5% 감소자동차, 반도체 등 13개 주력 품목 모두 부진
  •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주 수익원인 수출이 무너지고 있다. 1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8.5% 감소하면서 위기론이 현실화되고 있다. 불확실한 대외환경이 결국 대한민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6단체장은 규제개혁과 노동개혁 법안 통과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정부는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확대해주기를 당부하면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달라고 주문했다.

     

    2일 오전 7시30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장관-경제단체장 간담회가 열렸다. 악화된 경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민관의 수장들이 모여 허심탄회하게 해법을 찾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3기 경제팀과 기업들이 위기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팀플레이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경제단체장들은 규제 개혁과 국회에 발목이 잡힌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 관련 법등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상공인들을 만나면 새로운 사업 진출 시 규제의 벽이 높아서 진입이 어렵다는 고충을 토로한다”며 “새로운 3기 경제팀이 역대급 팀플레이를 펼쳐서 기업들이 일을 많이 벌리고 투자를 하면서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풍성한 설 연휴가 되도록 온누리상품권 구매, 협력사 결제대금 조기지급, 휴가 권장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기술과 신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주면 기업들 역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노동개혁은 반드시 이겨내야 할 성장통”이라며 “저성장 극복의 지름길은 신성장동력을 찾아서 과감히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 정부가 제도적인 기반과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 회장은 “노동개혁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정부도 힘써달라”고 요청했다.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1월 수출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통계가 나오니까 생각보다 부진했다”며 “무역업계도 수출 증진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모든 것을 다 하기보다는 기업경쟁력을 높이고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수출 부진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들은 금융지원을 주문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은 “3년 8개월 연속 투자가 감소하고 있다”며 “설비투자를 위한 금융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노동개혁 2대 지침이 현장에서 적용될 때 혼란이 야기되지 않도록 정부가 관심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다보스포럼에서 나온 내용을 보면 139개국 가운데 한국이 법적 제도적 환경이 62위, 노동시장 유연성이 83위로 평가됐다”며 “국가경쟁력 뿐 아니라 기업이 일하기 힘든 여건이다”라고 애로사항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정부를 향해 거침없는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박병원 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노동개협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바라지만, 통과되더라도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위해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2대 지침 역시 우리 입장에서는 (고용의) 유연한 측면이 개선되지 않아 정년 연장을 비롯한 임금체계 개편이 아직 묘연하다”라고 성토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이 잘 되는 것은 바라면서도, 대기업이 장사가 잘되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풍토가 있다며, 모든 기업이 잘 돼야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규제 개선 공감...노동개혁 2대 지침 안착이 관건

     

    정부는 규제 개혁에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기업들의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을 촉구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여건은 녹록치 않다”며 “작년 하반기에 살려온 불씨가 약해지지 않도록 기업들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특히 1월 수출이 부진한 것에 대해 시급히 대처할 것을 시사했다. 그는 “수출 제한 요인을 없애는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일자리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경제부총리는 “일자리 창출은 기업이 하는 것이고, 정부는 그것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역할론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아울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달라고 주문했다. 어려울 때 일수록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하는 것이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대기업들이 투자와 M&A에 대한 과실을 챙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신기술과 신사업에 대해서는 제로상태에서 시작해 일정수준이 되면 사후에 규제하는 방식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장에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규제를 꼼꼼히 탐사해서 걷어내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용 절벽에 대해서도 고용 훈련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가장 많은 대안을 제시했다. 주형환 장관은 “규제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전국적으로 안되면 부분적으로라도 실시하겠다”며 “기술개발도 지원해 조기에 성과가 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기업이 한팀이 돼서 협력해야 한다고 팀플레이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생산재 뿐 아니라 소비재와 서비스 산업 등 수출 품목을 다양화하고, 수출시장도 중국 이외에 신흥시장 등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수기업들의 수출전환을 돕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활성화를 지원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는 노동개혁 2대 지침 안착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2대 지침과 관련해서 현장에서 근로자와 얘기를 해보면 내용을 잘 몰라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정부는 물론 기업들도 관련 내용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조선, 철강, 자동차, 화학 등은 1인당 국민소득 대비 임금수준이 2.5배~3.3배에 이르는데, 이는 일본보다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블랙컨슈머 개선 및 기업 구조조정 '옥석 가리기' 강조

     

    공정위 역시 규제 개혁에 주력한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산업구조에 영향을 주는 M&A는 사전에 조사해서 신속하게 마무리되도록 할 것”이라며 “기술융복합 상품이나 신소재 상품이 시장에 진입할 때 생기는 규제를 합리화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블랙컨슈머 제재에 힘쓸 방침이다. 그는 “블랙컨슈머 개선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책임있는 소비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개혁 지속과 금융시장 안정에 주력할 계획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구조조정은 기업을 정리하고 죽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살릴 수 있는 기업인지 아닌지 옥석을 가리기 위한 것”이라며 “채권단에만 맡기지 않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고, 이에 앞서 기업들 스스로가 선제적인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1월 수출액은 367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8.5% 감소했다. 2009년 8월 이후 6년 5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부진이다.

     

    국내 수출의 13개 주력 품목이 모두 부진했다. 자동차 -21.5%, 석유제품 -35.6%, 석유화학 -18.8%, 철강 -19.9%, 반도체 -13.7%, 선박 -32.3% 등이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유가 하락, 공급과잉, 수출 단가 하락, 경기 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 같은 수출 부진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