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자베즈 PEF 투자자 구성 관련 문제 때문에"정치권 이슈로 번진 파킹딜, 야쿠자 자금설 등 제기
  • 일본계 사모펀드 오릭스프라이빗에퀴티(PE)가 현대증권 인수를 전일(19일) 공식 포기했다. 지난 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약 9개월 만이다.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등 현대그룹과 오릭스 간에는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돼 왔다. 이처럼 표면적으로만 9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현대증권 인수작업을 진행했던 오릭스가 끝내 포기를 선언한 것을 두고 업계는 오릭스가 마음을 떠나게 만든 요인을 분석 중이다.


    우선 지난 2012년 자베즈파트너스가 현대증권 주식 9.54%를 인수할 당시 투자자들에게 현대그룹 계열사로부터 연 7.5%의 수익을 100%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면계약이 오릭스의 인수의지 포기를 결정한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한 검사를 준비 중이다.


    사모투자펀드(PEF)가 100% 수익을 사실상의 대출업을 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로, 오릭스는 현대증권과 거래를 진행하던 중간에 자베즈와 현대그룹의 이면계약 사실을 인지하게 되며 신뢰에 균열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향후 현대증권 지분을 현대그룹에 되팔 때 보유 지분을 동반 매각할 수 있는 권리(태그얼롱, tag along)를 부여받은 상태에서 자베즈의 변수는 언제든 오릭스 측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수개월 동안 금융당국이 현대증권 대주주 승인을 미룬 점도 이면계약이 향후 문제를 발생할 가능성을 오릭스 측에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기 때문으로 밝혀지게 됐다.


    오릭스 측은 현대증권 주식매매계약 해제 관련 공식 입장을 통해 "오릭스 PE가 계획한 본건 거래는 자베즈 PEF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증권 주식회사에 대한 9.54%의 지분과 관련해 자베즈 PEF와의 주주간계약에 기초한 오릭스 PE 측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선행조건으로 한 것이었다"면서 "그런데 자베즈 PEF와의 주주간계약 체결이 자베즈 PEF의 투자자 구성과 관련한 문제로 인해 상당기간 지체돼 금융당국의 대주주승인심사도 3차례에 걸쳐 연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자베즈가 PEF 투자자 구성 관련 문제로 상당기간 문제를 일으키며 시간을 끌었다는 점을 표현한 것으로, 신뢰에도 문제가 발생했음을 표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자베즈 측이 현대증권의 2대 주주로서 확실하게 일처리를 하지 못하고, 금융당국의 징계까지 받았다는 점도 오릭스의 마음을 돌리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대주주승인심사가 지연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정적인 여론이 쌓인 점도 오릭스 본사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다.


    지분 매각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 다시 되사오는 거래를 말하는 '파킹딜'논란은 그동안 오릭스를 꾸준히 괴롭혀 온 이슈였다. 금융당국과 현대그룹, 오릭스 모두 파킹딜 논란을 부인했지만 파킹딜 이슈는 국정감사 기간과 맞물려 정치 이슈로 번지며 오릭스에 대한 여론악화에 정점을 찍었다.


    오릭스 측은 "지금까지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왜곡돼 보도됐고, 본건 거래 클로징 이후에도 일본계 기업의 한국 증권사 인수에 대한 악의적이고 배타적인 비난여론으로 인해 악영향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완전히 종식시킬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오릭스는 한국과 일본 내에서 대부업을 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본계 대부업체이며 야쿠자 자금 연관 루머가 나온 점도 인수 포기 이유로 꼽힌다.


    오릭스 측은 "회사는 기업을 상대로 한 여신 업무를 주로 영위하고 있으며, 오릭스 그룹에 속한 관계회사 중에서도 일반 서민을 대상으로 고금리의 대출 업무를 영위하는 대부업체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오릭스는 이어 "매각승인이 지체되는 동안에도 오릭스의 투자금액 축소 및 다른 투자자의 참여를 통해 본건 인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방안들도 모색했지만 주요 투자자인 오릭스의 투자금 축소에 따른 선순위 투자자 이탈 우려와 투자자의 신규 모집을 추진하는 경우 본건 거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 계약해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계약 해제로 현대증권 매각 작업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업계는 현재 진행 중이거나 준비단계에 있는 증권가 M&A(인수합병)시장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국내 금융사에 대한 해외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