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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家 경영권 분쟁의 핵심인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SDJ 고문, 나무코프 회장)이 현대중공업 사외이사로 선임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책은행을 책임졌던 민 전 산업은행장이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고문을 맡아 롯데그룹 흔들기를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의 사외이사에 선임될 경우 공정한 이사회 운영을 위한 본연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2일 재계와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오는 18일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확정할 예정이다.
두 사람 모두 대표적인 금융통으로 이번에 3년 임기의 사외이사에 신규 선임된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이 금융통을 사외이사로 앉힌 것도 의아스러운 측면이다. 무엇보다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민 전 행장은 시티은행, 리먼 브라더스, 모건 스탠리, 살로먼 스미스 바니 등 쟁쟁한 글로벌 금융기업들을 거쳤다. 2008년~2011년까지는 산업은행장을 역임했고, 2013년부터 현재까지 나무코프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SDJ 고문으로 신동주 전 부회장의 참모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형제간 갈등은 이미 지난해 일단락됐다. 하지만 패배를 인정하지 않은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복귀를 노리는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갑자기 민 전 산업은행장이 나타나면서 경영권 분쟁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오는 6일에는 일본롯데홀딩스의 임시 주총이 열려 현 경영진에 대한 해임안이 결정된다. 9일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 2차 심리가 열린다.
이를 두고 금융권과 재계에서는 민 전 산업은행장이 한국 사정을 잘 모르는 신 전 부회장을 부추겨 본인 잇속만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서 수임료만 챙기겠다는 심산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며 경험을 쌓은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은 선진금융의 아이콘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며 “최근 분쟁에서 시장논리나 상법을 무시한 발언들을 하는 것을 보며 과연 과거의 그 분이 맞나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런 정황을 볼 때 현대중공업 사외이사로서 민 전 산업은행장이 적합한지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사외이사로 적합하다고 판단해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을 추천한 것”이라며 “독단적인 경영권을 견제하는 사외이사 본연의 업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문이나 부회장 등으로 영입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 경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주주인 정몽주 의원과의 인연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