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집계기준도 2009년까지 엇박자… 교통 기본통계 의미 퇴색지난해 사망자 수 3년 연속 감소세… 0~3시 사망사고 가장 잦아
  • ▲ 사고.ⓒ연합뉴스
    ▲ 사고.ⓒ연합뉴스

    한국도로공사와 경찰청의 고속도로 사망자 통계가 서로 달라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도공이 통계를 내면서 민자고속도로 사망자 집계를 빠뜨리고 있어서다.

    도공은 사망자 집계 기준도 201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을 따르는 경찰청과 다른 잣대를 사용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 관련 정책에 쓰이는 기본 통계조차 기관 간 엇박자를 내왔던 셈이다.

    도공은 지난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23명이라고 2일 밝혔다. 2014년 253명보다 12%(30명) 줄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는 국토교통부가 최근 경찰청 통계를 인용해 발표한 수치와 다르다.

    국토부는 지난달 22일 경찰청 통계를 토대로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총 4621명으로 집계됐다고 자료를 냈다. 이 통계자료 중 도로종류별 사망자 수를 보면 고속도로는 지난해와 2014년 각각 241명과 273명으로 집계됐다.

    도공 통계와 비교하면 지난해 18명, 2014년 20명이 더 많다.

    이런 차이는 도공이 통계를 내면서 민자고속도로 사망자를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도공이 통계를 발표하면서 보도자료 어디에도 이런 내용을 설명하지 않아 경찰청 통계나 경찰청 통계를 인용하는 국토부 발표내용과 혼선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고속도로 사망자 통계는 민자고속도로 집계 반영 여부에 따라 적잖은 차이를 보인다.

    2013년의 경우 도공은 사망자 수가 264명으로 전년보다 23.0%(79명) 줄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기간 민자고속도로 사망자 수는 28명에서 34명으로 21.4%(6명) 늘었다. 이를 통계에 반영하면 전체 고속도로 사망자 감소율은 19.7%로 도공 발표보다 1.7%포인트 낮아진다.

    2012년처럼 사망자가 증가하는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도공은 2012년 사망자 수가 343명으로 2011년보다 29.4%(78명)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자고속도로 증가분(11명·64.7%)을 반영하면 전체 고속도로 사망자 증가율은 31.6%(89명)로 2.2%포인트 높아진다.

    반대로 민자고속도로 사망자가 크게 늘거나 줄어 전체 고속도로 사망자 증감 폭이 큰 경우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정확한 통계자료로서의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도공의 임의적인 통계 잣대는 이뿐만이 아니다.

    경찰청은 사망자 집계 기준을 OECD 잣대에 맞추고 있다. 교통사고 중상자가 치료 과정에서 숨질 수 있으므로 사고 발생 후 30일까지 사망자 집계기간을 유예한다. 가령 1월20일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해도 이후 30일 동안 사망자 집계를 늦추는 식이다.

    경찰청은 2000년 초반부터 이 기준을 따르고 있다. 이전까지는 교통사고 발생 후 3일까지만 집계를 유예했다.

    도공은 이 기준을 2010년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2009년까지는 경찰청과 도공이 통계 낸 월별 또는 분기·반기별 사망자 수치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교통 관련 기본통계의 신뢰도에 하자가 있었다는 말이 된다.

    이에 대해 도공 관계자는 "경찰청 통계와 차이가 나는 것은 민자고속도로 집계가 빠졌기 때문"이라며 "다음부터 내놓는 보도자료에는 이를 명시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청과 다른 사망자 집계 기준과 관련해선 "특별한 이유가 있어 다른 것은 아니다"며 "경찰청은 2001년부터 OECD 기준을 따랐고 (도공은 적용에) 다소 늦은 감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엄밀히 따지면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교통사고가 난 후 3일 이내 사망자가 발생한다"며 "사망자 수를 축소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도공이 관리하는 재정고속도로의 사망자 수는 3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2012년 343명에서 2013년 264명, 2014년 253명, 지난해 223명으로 줄었다.

    교통사고 원인으로는 졸음·주시태만이 139명으로 가장 많고 과속이 41명으로 뒤를 따랐다.

    차종별로는 승용차 100명, 화물차 94명 등의 순이었다.

    사망사고 발생 시간대는 밤 12시부터 오전 3시가 42명(16%), 오전 3시부터 6시까지가 40명(15%)으로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