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1년간 조직 재정비에 시간 할애비은행 강화 통해 리딩뱅크 되찾을 시기
  • “리딩금융그룹의 자긍심을 회복하겠습니다”

    2014년 11월, KB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올라서면서 밝힌 윤종규 회장의 인사말이다.

    이 말을 뱉은 지 이제 1년하고 4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흐트러진 조직을 정비하고 침체된 분위기를 전환하는데 시간을 모두 할애했다.

    때문에 올해는 진짜 그의 말대로 리딩금융그룹의 위상을 되찾아 올 때다.


  • ◆주가는 떨어졌지만 실적은 개선

    2015년 KB금융지주는 1조6983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전년대비 21.2% 상승했다.

    아직 업계 1위인 신한금융지주보다 순이익으로 약 5000억원 뒤지고 있지만 추격 가시권에 진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실적 개선의 일등공신은 은행과 비은행 부문 협업이다.

    국내 최대 영업망을 갖춘 국민은행의 지점 네트워크를 활용해 카드, 펀드, 방카슈랑스 등 금융상품 판매로 수수료 수익을 최고치로 끌어올린 것이다.

    계열사 간 협업 강조는 윤종규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주문했던 사안이다. 시너지 영업을 극대화해 금융지주회사의 진정한 힘을 발휘하겠단 전략이었다.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지난해 6조7370억원의 펀드를 판매하며 수수료 수익으로 1518억원을 챙겼다. 방카슈랑스 역시 1조8732억원의 판매고를 올리며 이익 증가율은 1년 새 53.5%나 뛰었다.

    신용카드수수료 이익은 4702억원, 신탁이익 3756억원, 대리사무취급수수료 1681억원, 증권대행수수료도 1649억원의 이익을 거두며 그룹 실적 개선에 크게 이바지했다.

    하지만 주가는 실적 개선에 따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2015년 1월 KB금융지주의 주가는 3만8650원으로 시작해 5월 6일 4만1900원까지 올랐으나 그 이후 계속 하락세다.

    2016년 3월 4일 현재 KB금융지주의 주가는 3만1800원에 머무르고 있다.

  • ▲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은행, 증권, 보험을 아우르는 복합점포를 선보이며 시너지영업을 강화하고 있다.ⓒKB금융지주
    ▲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은행, 증권, 보험을 아우르는 복합점포를 선보이며 시너지영업을 강화하고 있다.ⓒKB금융지주


    ◆비은행 계열사 중 시장 선도할 금융사 없는 곳도 한계


    신한금융지주와의 격차는 바로 비은행 계열사에서 찾을 수 있다.

    신한카드가 지난해 694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반면 카드는 절반 수준인 3550억원의 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증권사 역시 순이익이 5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어 지주회사 대결로 봤을 때 KB금융지주가 열세인 것이다.

    지난해 KB손해보험을 자회사에 편입하는데 성공했지만 보유지분율은 33.3%에 그쳐 배당금을 100%로 가져오는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KB금융지주는 대우증권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 인수하는데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 인수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아직 기회는 있다.

    업계 선두까진 아니더라도 대형 증권사로 꼽히는 현대증권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는 지난 4일 현대증권 인수와 관련해 “현대증권 실사 참여를 위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으며 현재 실사를 진행 중”이라고 공시했다.

    문제는 가격.

    현대그룹 측은 현대증권 매각 하한선으로 6500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난 4일 현대증권 주가 6580원을 기준으로 현대그룹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 22.43%를 감안했을 때 3492억원에 불과하다. 즉 현대그룹 측이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배 이상의 가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입장에서는 또다시 주판을 꺼내야 할 지,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야 할 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 것이다.

    ◆윤종규 2기, 일단 친정체제 완료해 힘은 실린 상황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야 한다면 현재 분위기는 윤종규 회장에게 힘이 실린 상황이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손발을 맞춰왔던 사이외사 7명을 모두 1년 유임키로 결정했다.

    사외이사는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박재하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 부소장, 최운열 서강대 교수,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 김유니스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이병남 LG인화원 원장, 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 등 7명이다.

    이들 이사는 지난해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임기 1년의 사외이사로 임명됐다.

    주요 경영사항을 이사회를 통해 결정해야 하는 만큼 사외이사의 역할도 올해 중요하단 의미다.

    윤종규 회장은 올해 화두로 ‘실천’을 꼽았다.

    윤 회장은 신년사에서 “실천에 옮기는 것이 당장은 불편하겠지만 일상화되면 체질을 바꿔줄 양약(良藥)이 된다. 실천하되 담대하고 끈덕지게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저성장, 기업 구조조정, 수익성 악화 등 경영 위협요소를 극복하기 위해 그룹 역량을 결집시켜 경영시스템, 금융서비스, 조직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1등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어 윤 회장은 올해도 ‘리딩금융그룹 넘버 원 KB’를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 도전 △변화와 혁신을 위한 금융서비스 업그레이드(Upgrade) △성과와 역량에 따라 대우받는 문화 정착 등을 달성 과제로 제시했다.

    이제 윤종규 회장도 실천으로써 답을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