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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최근 정부가 내놓은 '면세점 제도개선'이 서울 시내에 추가로 면세점 특허를 내주는 방안으로 기울면서 이를 둘러싼 업계 이해관계자들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당초 일정보다 시점을 앞당긴 탓에 사업권을 따낸 취득 업체와 신규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은 탈락 업체들의 기사회생 여부에 주목,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모양새다.
물론 이들의 실질적인 관심사는 롯데와 SK다. 지난 16일에 열린 공청회 현장만 봐도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자리가 아닌가 할 정도로 롯데면세점과 비(非)롯데면세점 업체간의 감정싸움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신규 업체들은 면세점이 더 늘어날 경우 시장의 공급과잉과 브랜드 유치 곤란 등을 이유로 면세점산업 전체가 추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건을 채우지 못하는 면세점들은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찾지 못해 병행수입을 하거나 가짜 제품을 팔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에서다. 그러기에 신규사업자들이 자리 잡을 때까지 1년 정도 확인한 다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의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들은 불과 몇 달 전 면세점사업을 신청했을 때만 해도 면세점 허가 신설을 반겨했다. 자신들이 시장에 진입하면 경쟁력이 강화되고 면세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신규 일자리 창출은 기본이고 중국인을 중심으로 관광과 연계한 투자를 통해 매년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이제와서는 시장의 성장을 반대하고, 심지어 국가이미지와 사업의 신뢰와 직결되는 위조브랜드 상품을 운운하며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화하려 하다니 '말 바꾸기 식' 해명이 되레 불신을 키운다.
신규진입을 노리는 기업은 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것을 우려하는 이들 논리와는 달리 면세점사업은 외국인을 유치해 외화를 획득하는 산업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수출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내수도 불황에 빠진 상황에서 관광산업이 발전하려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 효과가 큰 면세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며, 그 적임자는 축적된 노하우를 가진 기존 업체라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주장은 얼마나 타당할까.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글로벌 경쟁력을 통해 타당성을 충분히 입증하고 있다.
롯데는 면세점 사업자 필수 역량인 위치, (명품)브랜드 유치력, 물류·시스템·인력 등의 서비스 측면에서 경쟁력을 모두 갖추고 현재 세계 3위 면세사업자로 성장했다. 방한 외국인 주요활동 1위가 쇼핑이라는 점에 착안해 루이비통을 비롯해 샤넬·에르메스 등 세계 3대 명품을 입점시키고 이밖에 구찌·프라다·불가리 등 650여 개가 넘는 다양한 명품 브랜드도 유치했다. 롯데면세점은 타 면세점에서 중소기업 브랜드가 유독 많은 이유에 대해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롯데는 2014년 기준 외국인 대상 관광수입의 20%에 해당하는 4조 원을 창출하기도 했으며,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위해 최근 5년간 시설· 홍보·판촉 등 2.8조 원을 투자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도 도모해왔다. 글로벌 경쟁력과 경제논리로만 접근한다 해도 롯데의 구제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물론 세계 1위에 빛나는 면세점 정책이 또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는 달갑지 않다. 시행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5년 한시법 제도를 또다시 10년으로 연장하는 등 마치 손바닥 뒤집듯 하는 방식은 업계의 혼란을 야기하고 정부의 정책신뢰마저 떨어뜨리는 지적을 낳는다.
하지만 시행이 1년이 됐든 10년이 됐든 무엇이 더 중요한가. 잘못된 법은 당장이라도 고치는 게 옳지 않나. 기존의 제한적 특허기간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의 측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급작스럽게 개정을 다시 논하더라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규제완화 정책을 통해 관광산업 발전과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면세점 제도의 개선을 통해 사업기간을 영속시키고, 역량있는 사업자가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완화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독과점 구조를 막고 경쟁적인 시장개선을 위해 신고·등록제도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다만 잊지말아야 할 것이 면세점 사업의 본질이다. 면세점사업은 수출산업이고 중개무역이며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한다. 이는 면세점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주 요인이기도 하며, 현정부의 판단을 결코 '패자부활전' 혹은 '롯데 봐주기'로만 한정지을 수 없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