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도 풀기전에" 신규 면세점 획득한 5개사, 정부 규제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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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통업계를 뜨겁게 달군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또다시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관광산업을 키우기 위해 면세점 시장의 규제를 추가로 푼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6일 '관광산업발전을 위한 면세점 제도개선 방안' 공청회를 열고 정부의 면세점 제도개선안을 공개하면서 면세시장의 규제 완화 요건으로 특허기간을 현재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시내 면세점 진출을 추가로 허용하고 매출에 따른 업체의 수수료를 최대 10배 인상할 계획안을 내놓았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신규 면세점 사장단은 긴급 회동을 갖고 정부의 규제완화 방안에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지난해 이미 한차례 진통으로 신규 면세점을 획득한 이들은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사활을 걸었다.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 SM면세점, 신세계디에프, 두산면세점 5개사 사장단은 "브랜드 유치 어려움과 인력난 등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신규 면세점의 상황을 1년 정도는 지켜보고 규제 완화 방안을 판단해 달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보따리도 풀기도 전에 다시 사업권을 놓고 왈가왈부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반응이다.  

현재 신규로 사업권을 획득한 5곳의 시내면세점 가운데 3곳이 문을 열었지만 매출은 당초 목표 대비 20%에도 못 미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말 서둘러 문을 연 한화그룹의 '갤러리아면세점63'과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품 'HDC신라면세점'의 경우 신규업체들은 아직 해외 유명브랜드 매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여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HDC신라면세점과 갤러리아면세점63은 각각 오는 5월과 상반기 중 그랜드오픈에 맞춰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 등 유커들이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키겠다는 계획이었지만 그 마저도 쉽지 않으면서 흐지부지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유통 재벌들이 직접 명품업체를 찾아다니며 입점을 호소할 정도가 됐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명품 매장 유치에 힘을 보태기 위해 지난해 9월 프랑스 파리에서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그룹(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총괄회장을 만나는 등 직접 발로 뛰고 있지만 화장품을 제외하고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리아면세점63도 명품브랜드 유치에 압박을 받고 있다. 갤러리아면세점63엔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 팀장이 태스크포스(TF)에 가세해 있다. 현재 구찌 브랜드의 입점이 확정돼 오는 6월께 들어설 예정이지만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 등의 '톱 브랜드' 유치라는 난제는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면세점이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까 우려하는 시장의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오락가락한 정부의 정책 방침으로 '황금알을 낳는' 면세점 사업이 갈길을 잃었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심판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업체를 놓고 저울질하면서 경쟁을 부추기고 결국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 해당기업은 고용과 투자에 차질이 빚어지며 투자계획을 다시 조정하는 등 더 큰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제도 개선의 방향조차 제대로 설정하지 못해 우왕좌왕 하는 동안 우리 면세점 업계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되고 있다. 하루빨리 정부와 국회의 합리적이면서도 빠른 움직임이 절실함이 요구된다.

향후 정부의 보다 철저한 계획과 신중한 결정이 뒷받침 돼야만 기업들도 아낌없는 투자가 이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