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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절벽에 선 한국경제가 절규하고 있다. 북한의 핵도발, 유가 하락, 중국 증시 폭락 등 잇따른 악재로 수출, 고용, 물가 지표는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2%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정부가 청년 취업을 늘리기 위해 마련한 서비스법은 끝끝내 19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벌써부터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 달성은 녹록치 않다는 전망이 많다.
<뉴데일리경제>는 세 차례에 걸쳐 경제현장에서 뛰는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 경제의 상황을 진단해 보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좌담회를 연재한다.
본지 양원석 차장의 진행으로 1회 '산업붕괴 위기', 2회 '세계경제 침체 속 한국경제'에 이어 마지막편으로 한국경제의 돌파구가 될 신성장동력에 대해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새 엔진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 산업이 제조업에서 벗어나 K-뷰티, 한류 등 강점을 가진 분야를 육성하는 데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등과 결합할 때 트렌드를 읽고 지역별 맞춤형 수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참석 패널은 ▲이성호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운영위원·UN 산하 NGO 구생회 이사·<미래진단: 세계화 후폭풍, 한국경제를 덮치다> 저자) ▲황문기 서강대 서강미래기술원 산학협력 교수(글로벌핀테크연구원 기업협력국장, 전 ㈜PACE시스템 CMO, 전 우리금융지주㈜ 경영연구실 연구위원, 전 삼일회계법인 자문본부 부장) ▲김영배 신정회계법인 회계사이다.
◇ 구글 성공 키워드는 SW·오픈이노베이션
- 양원석 기자
사상초유의 가계부채, 수출-투자-생산 전 부문에 걸친 지표 하락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가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한국경제의 돌파구는 과연 무엇인지 의견 부탁한다.
- 이성호 위원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우리나라만 호황을 누릴 순 없다. 우리나라가 그리스 등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잘 선방을 해왔다고 판단한다. 현실대응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측면에서 사회적인 컨센서스가 마련돼야 한다. 경제를 구성하는 기업, 개인 모두가 저성장 시대에 맞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또 미래대응은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새로운 아이템들이 발굴해 기존의 산업 플랫폼에 맞는 새 성장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 황문기 교수
저는 서강대에서 핀테크 연구센터에서 핀테크 스타트업 산학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주로 지급결제, 블록체인, 비트코인, 딥러닝, 핀테크 관련 글로벌 기술표준 등이 세부과제이고 국내 인공지능의 전문가 커뮤니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구글은 머신러닝 오픈소스 텐서플로우를 세상에 공개했고 얼마 전 이세돌 알파고 대국을 통해서 전세계적인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보면서 두가지 교훈을 얻었다.
첫째 소프트웨어의 힘이다. 생산설비, 대규모 공장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에 투자한 구글은 기업가치를 수직으로 상승시켰다. 앞으로도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세계를 좌지우지 할 것이다. 둘째 구글 전략은 오픈이노베이션이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라는 회사는 불과 2년 전 구글에 인수된 회사이다. 우수한 자원, 인재, 기술을 바깥에서 공받는 전략이다. 그게 이번에 완전히 성공적으로 세상에 보여졌다. 우리나라도 한국 실정에 맞게 오픈이노베이션을 이끌 지 고민해야 한다. 한국적인 생존 전략이 거기 있을 지도 모른다.
- 김영배 회계사
우리나락 그동안 제조업 기술을 갖고 지금까지 시장을 선도해왔다. 한국의 제조 기반이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기술 개발도 뒤쳐지면서 갈 길을 잃은 모습이다. 일본의 가전업체 사례를 보면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도시바 등이 대만이나 중국계 자본으로 넘어가고 있다. 삼성, 엘지 같은 대기업들은 모든 상품의 부품을 다 만들 지 않는다. 여러 중소 업체들이 부품을 공급하는데 이 중소기업들이 국제 표준을 따라 첨단 부품 등에 투자한다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한류, 빅데이터와 만날 때 새 시장 열린다
- 양원석 기자
신성장동력 발굴로 위기를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가 뭐가 있을까.
- 황문기 교수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전자,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진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산업화에 따라서 제조업에서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잘 아시다시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 한국 드라마, 영화, K-pop 한류, 게임산업, 아모레 퍼시픽, LG화학 등으로 대표되는 K-뷰티 등에서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이렇게 새롭게 부상하는 K 콘텐츠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이 결합되면 아주 경쟁력 있는 인공지능 K-콘텐츠를 수출할 수 있을 것이다.
- 양원석 기자
차세대 먹거리를 빅데이터화해서 수출한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설명해 달라. -
-황문기 교수
앞으로 세상은 소프트파워로 움직일 것이다. 저는 이것을 소프트웨어(SW) 콘텐츠 빅데이터라고 보는데 여기에 SW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면 대단한 파괴력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넷플릭스(Netflix)라는 VOD 회사가 있는데 한국에 진출하여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Netflix는 영화추천 알고리즘을 머신러닝으로 구현한다. 이 개인화된 영화추천 알고리즘을 통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추천 받은 영화가 입맛에 맞고 서비스 기간이 단축된다. 회사 입장에서도 서버 운영비용이 굉장히 줄어든다.
우리나라의 경우, CJ나 SKT가 한류 수출을 할 때 이런 인공지능을 탑재하면 취향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각 성향에 맞게 판매가 가능하다. 또 1년 뒤에는 어떤 영화를 만들면 '뜬다'는 점도 나온다.
- 이성호 위원
한류라는 콘텐츠 산업이 미래산업 대체제라는 것은 굉장한 착시효과라고 생각한다. 2014년 기준으로 한류 수출은 61억불 수준에 불과했다. 전체 수출시장의 1/100 수준이다. 과연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칭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다.
다만 한류 콘텐츠는 모티브로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 한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연계사업을 전략화해서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콘텐츠를 개발해 아이씨티 동반수출전략을 국가적 차원에서 꾸려야 한다. 정부차원의 창조경제의 아젠다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 시장은 다 대기업 독점이다. 작은 제작사들이 하청업체가 돼 있는 이런 시장 구조로는 장기간 이어질 수 없을 것으로 본다.◇ "뒤쳐진 한국…구글 소작농에 불과"
- 김영배 회계사
요즘 카카오가 대리기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O2O(online to offline) 사업으로 거래 비용을 줄이려 한다. 산업 변동에 따라 기업들이 소멸되면서 고용을 감퇴시키는 측면도 있다. 카카오같은 신규업체들이 나와서 신성장동력을 꾸린다고 하는데 고용 창출 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도 있다. 핀테크만 해도 기본적으로 은행 지점 방문을 덜 가게 한다.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은행을 방문하는 고객 수가 5년 전에 비해 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기업 감사를 하다보면 이 회사가 잘못되면 여기 계신분들은 어디로 가나, 하는 고민을 하게된다. 고용을 증가시키는 신성장동력이 뭐가 있을 지 국가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 이성호 전문위원
신성장동력은 기본적으로 경제엔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정책임안자들은 경제 엔진이 움직이면 고용이 따라올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 같은 경우도 대기업처럼 되면서 인력시장에서 고용율의 감소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소상공인들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벤처로 성공한 기업들이 문어발식으로 확장할 수록 골목상권이 무너지는 일이 발생되곤 한다.
국가적 차원의 신성장동력을 육성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중국은 전기 자동차 상용화를 위해 전 지역에 전기차 플러그인을 설치하고 있다. 국가 전략 차원에서 대체에너지 자원인 전기 자동차를 개발한 것이다 여기에 향후 AI를 얹는다면 반드시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만 해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신성장 관련 정책, 아젠다를 던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 양원석 기자
올해 초 국내 10대 그룹이 발표한 미래산업에서는 AI를 찾아보기 어렵다. 구글은 자율주행 자동차에 이어 AI를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이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 이벤트는, 구글이 AI산업에 거는 기대감이 얼마나 큰 지 보여줬다.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해법이 바로 이들 산업에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 이에 대한 각자 의견 부탁드린다. -
- 이성호 위원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은 소작농이나 다름없다. 소프트파워와 오픈이노베이션이 따라주지 않는 국내 대기업들 역시 구글의 소작농이 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 하위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더 잔혹한 계절의 소작농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10대 기업 뿐만 아니라 전 영역에서 위기를 겪고 있어 미래산업 발굴이나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소작농 입장에선 전혀 앞길을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다. AI 자체를 하위 카테고리로 보는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BMW와 아우디 같은 회사들은 전기차 베타서비스에 들어갔다. 정작 전기차 선도업체인 태슬라는 국내 시장에서 베타서비스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국내 시장이 이미 전기차 산업에서 한참 뒤쳐졌다고 보는 것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소작농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김영배 회계사
구글과 애플은 스마트폰 플랫폼 OS를 만들어서 전세계에 표준화를 시켰다. 국내 기업들은 여기에 따라가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바다'를 만들었으나 실패했다. 구글에 대항하는 국내 기업은 없다. 네이버는 구글의 검색 기능만 상대할 뿐이다. 구글은 제조는 아웃소싱하고 소프트웨어를 침투시키는 전략인데 우리나라는 자체 플랫폼도 없고 투자를 등한시 해왔다.
- 황문기 교수
구글은 이번 알파고와 이세돌이 다섯판이 바둑을 벌이는 동안 58조원의 자산가치 상승 효과를 봤다. 구글의 한발 앞선 투자와 노력이 2년만에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 준 것이다. 문제는 대기업은 이러한 수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제 국내 기업들도 AI 중요성을 인식할 것이다. 공장하나 짓는 것보다 훨씬 큰 수익을, 기업의 가치를 높여준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까지 AI는 수면 위에 오르지 않았지만 향후 AI 개발사업이 앞다퉈 진행될 것으로 본다. 차세대 사업으로는 헬스케어와 자율주행자동차 산업에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정리- 최유경 기자
사진- 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