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나노튜브, 일본 이어 중국-동남아-유럽-북미 등 영토 확장 잰걸음합성고무 위기 장기화 "CNT 기반 타이어 '경쟁력-품질-환경' 세마리 토끼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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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구 회장.ⓒ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 박찬구 회장이 나노(Nano) 화학으로 미래 시장 개척에 나섰다. 그동안 기존 사업 다지기에 열중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시나브로 신사업 확장에 나선 것이다.
22일 금호석화에 따르면 박 회장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 Tube. CNT)'를 선택, 이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CNT가 적용된 고기능 플라스틱 제품이 17종까지 늘어나면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판로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2013년 상업 생산을 시작한 금호석화의 CNT는 일본을 시작으로 중국, 동남아, 유럽, 북미 등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CNT는 그 자체 보다, 다른 물질과 융합해 탁월한 기능을 발휘한다. 흑연가루와 비슷한 생김새의 분말 형태의 CNT는 기존 플라스틱에 섞이면 내구성이 뛰어나고 전기전도성도 갖는 플라스틱으로 업그레이드 된다.
CNT가 융합된 플라스틱이 소비될 전방 사업으로는 전기전자, 반도체, 자동차 등이 있다.
현재 금호석화는 전기전도성이라는 CNT의 물리적 특성을 활용한 정전기 방지 플라스틱을 개발, 가전제품부터 휴대폰, 노트북, 반도체 보관 트레이까지 다양한 전기전자 제품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사 주력사업인 합성고무 생산에도 CNT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CNT가 섞인 합성고무로 제작된 타이어는 잘 마모되지 않고 제동력이 좋아져 차량 연비를 향상시키는 등 탁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서도 올해부터 타이어효율등급제(타이어라벨링)가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연비를 향상시키는 고부가가치 타이어 소재 개발에 힘써 온 만큼 시장 선점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확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그는 "이미 글로벌 타이어 회사들과도 마모가 잘 되지 않으면서, 제동력이 좋은 새로운 타이어를 생산을 위해 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박 회장이 CNT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실제 금호석화는 전체 매출의 40%를 합성고무를 통해서 벌고 있는 기업이지만, 합성고무 시장이 주춤하면서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금호석호의 매출 3조9345억원 중 의 매출을 기록한 금호석화의 합성고무 분야에서 1조5535억원의 수익을 얻었다. 이는 지난 2014년 전체 4조7656억원의 매출 중 1조8530억원을 합성고무를 통해 얻었던 것 보다 줄어든 수치다.
합성고무의 경쟁 상대는 천연고무다. 대개의 고무 제품들이 천연고무와 합성고무를 섞어 만드는데 천연고무의 가격이 저렴하다면 기능이 떨어지는 합성고무를 많이 사용할 이유가 없어진다.
천연고무는 이미 3년째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하고 있다. 합성고무의 수요는 3년째 부진하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천연고무를 생산하는 국가들이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고 최근에는 공급과잉이 올 정도로 풍족한 생산량을 자랑한다.
천연고무 생산국가들이 태풍이나 기타 자연재해 등으로 천연고무 생산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합성고무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은 없다. 천연고무에 비해 기능이 떨어지는 합성고무의 가격 하락은 막을 수 없는 현상이다. 금호석화가 천연고무를 넘어서는 CNT 합성고무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회장은 31세에 금호실업에서 이사로 경영활동을 시작해 지난 38년간 금호家의 경영자로 살았다. 형제 경영에서 독자 경영으로 계열 분리를 완료한 박 회장은 자신이 30년 이상 몸 담았던 석유화학 분야를 모두 들고 독립 선언을 했다.
박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그룹은 금호석유화학, 금호피앤비화학, 금호폴리켐, 금호미쓰이화학, 금호개발상사, 금호티앤엘, 코리아에너지발전소 등 7개 회사로 구성돼 있다.
석유화학으로만 시너지를 내야하는 어려운 경영 상황, 안정적인 수익원이었던 합성고무까지 흔들리는 국제적 환경에서 30년 석유화학 노하우로 선택한 '나노 화학'이 금호석화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