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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부가 5대산업 구조개혁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조선업은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다. 한계기업으로 분류되는 대우조선해양을 중심으로 조선업종이 갖고 있는 전후방 산업의 영향력과 경기민감 산업임을 감안해 정부와 채권단이 직접 관여하게 됐다. 다만 정부 주도의 '빅딜'은 없다고 밝혔다. 대신에 빅3에 대해 인력 감축, 임금 삭감, 비용 절감 등 자구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조선업의 구조조정 방법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7일 업계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조선업의 구조조정이 정부 주도가 아닌 시장 중심으로 자율적·능동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호황기를 대비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핵심 골자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강요하고 주도하는 구조조정보다는 조선산업 자체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며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그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다행히 정부가 발표한 구조조정 방안이 원칙적으로 이와 크게 어긋나지 않아 안도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어떻게 구조조정할 것인가라는 방법론이 관건이다.
백점기 부산대 선박해양플랜트 기술연구원장(교수)은 “조선산업을 살리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정확한 시점을 예측할 수 없지만, 3년~5년 내에 다시 호황기를 맞게 될 것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지금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생산설비를 줄이고 인력을 감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백 기술연구원장은 “과거 100년간의 물동량과 선박 건조량의 추이를 살펴보면 10년~15년 주기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조선산업이 곧 반등할 것이기 때문에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기술개발에 더 투자하고, 유능한 인재를 양성할 시점이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빅3의 저가 수주 경쟁은 개선돼야 하고, 중복되는 설비는 통폐합 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은창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새로운 산업으로 변신이 아니라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새로운 수요가 생기기 때문에 조선산업은 서서히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설비와 인력을 유지하는게 좋겠지만, 줄여야 한다면 모든 이해관계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대화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호시탐탐 대한민국 조선산업을 노리는 중국을 염두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조선업 구조조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설비와 인력이 유지되면 상관없지만, 줄어들 경우에는 문제가 있다”며 “빅3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이 삼성중공업과 합쳐져 빅2가 되면, 결과적으로 중국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꼴이 된다”고 우려했다.
중국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규모 조선사를 키울 것이란 설명이다. 그렇게 되면 조선산업의 주도권이 중국에게 넘어가고, 한국의 조선산업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란 얘기다.
또 양 선임연구원은 “수많은 기자재 협력업체들의 줄도산도 우려되고, 결국 조선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전후방 산업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조선업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의 방향과 전략에 대해 관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대한민국이 조선업 세계 1위라면, 우리가 수요를 창출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며 “대형 선박이나 해양플랜트를 고집할 게 아니라 친환경 및 중형 선박을 공략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과 해운업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방안으로 국내 해운업체들이 연비가 좋은 친환경 선박을 국내 조선업체에 대거 발주하면 된다”며 “조선사는 신규 수주 물량이 생기고, 해운사는 연비 좋은 선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부나 채권단이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국내 조선 및 해운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해야 한다.
백점기 기술연구원장도 “중국과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며 “정부가 2조~3조원을 투자해서 대형 컨테이너선을 빅3에 발주하고, 해당 선박을 해운업체에 빌려주면 된다”고 제안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작년에 300명이 희망퇴직했고, 2019년까지 총 3000명을 줄일 계획이다. 현대중공업도 3000명 규모의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아직 구체적인 인력 감축 계획은 없지만, 상시 희망퇴직 및 자연 감소자로 지난해 약 500명이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