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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수출은 역대 최장인 16개월 연속 감소세고 4월에는 다시 두자릿수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달 수출은 410억 달러로 전년보다 11.2% 줄었다. 이처럼 수출 감소로 한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환율 부담까지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독일, 대만 등 5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 국내 기업들은 그 영향에 대해 검토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환율 관찰대상국 지정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특별한 제재가 없기 때문에 외환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과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측면이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원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개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수출 기업들에게는 분명한 악재 요인이 될 수 있다. 수출 시 제품 가격이 올라가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수출 대금을 원화로 환산할 때에도 그만큼 가치가 내려가기 때문에 손해를 본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큰 피해가 우려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분기에 100원 하락하면 80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다. 연간으로는 3조2000억원에 이른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환율이 100원 하락하면 연간 2조원의 손실이 나타난다. 환율이라는 대외 변수에 더 휩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선 환율 시장 변화를 지켜보면서 국가별로 수출 및 수입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환율 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양국간 신경전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국의 환율 견제가 국내 수출기업들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당장 원화 강세로 가지는 않겠지만,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에 수출 기업은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대미 흑자를 내는 국가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수출만 하지 말고 수입도 늘리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환율이 우호적이지 않으면 당연히 실적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엔 환율도 중요한데 원화도 강세고, 엔화도 강세가 되면 현대차 입장에서는 해외 경쟁력 측면에서 상쇄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 연구위원은 “현대차의 경우 그동안 해외에서 일본 업체들과 치열하게 경쟁했다”며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엔화 약세를 틈타서 인센티브 등 마케팅을 강화한 측면이 있었는데 다소 수그러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