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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외국인 자금이 한국을 이탈해 중국으로 갈 가능성을 두고 증권가가 긴장하고 있다. 내달 초 예정된 중국 A주(상하이·선전 증시 상장 내국인 거래 주식)의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신흥 지수 편입이 성공할 경우 국내 증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고민을 덜어낼 수 있는 방법은 한국이 MSCI 선진지수로 승격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A주의 MSCI 신흥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MSCI 지수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추종하는 기준이 되는 만큼 중국 본토 주식이 이 지수에 들어갈 경우 대체 효과로 한국 증시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A주는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MSCI 신흥시장지수 편입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2월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서 적격외국인투자자(QFII) 제도를 완화해 그간의 편입 제약사항이 상당 부분 해결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
중국 본토 주식의 신흥지수 편입이 결정될 경우 초기에는 중국 A주 시가총액의 5%만 우선 편입되며, 이후 5~10년에 걸쳐 편입 비중이 100%까지 확대된다.
만약 중국 A주 시총의 5%가 지수에 편입될 경우 한국 시장에서는 1조원 안팎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신흥지수에서 한국 주식 비중은 15.2~15.3% 수준이고, 중국 A주 편입 시 이 비중이 0.3~0.4%포인트가량 줄 것으로 분석된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MSCI 신흥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은 대략 3천억 달러(약 346조원)로 추정된다"며 "중국 A주 부분 편입에 따라 한국 비중이 0.3%포인트 감소할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 규모는 1조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지수 내 중국 비중은 2.1%포인트 증가하고 한국 비중은 0.4%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관련 매도 물량은 최대 80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중국 A주의 MSCI 신흥지수 편입이 국내 증시에 미칠 파급력이 그리 크지 않다는 주장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의 외국인 자금이 꾸준히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를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한국 증시의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국은 올해 한국의 MSCI 선진시장 편입을 적극 추진 중이다.
한국 증시는 지난 2008년 MSCI 선진지수 리뷰 리스트에 편입되며 선진지수 편입을 꾸준히 시도해왔지만, 시장 접근성 제고 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014년에 제외된 바 있다.
다만 내달 초 한국 증시가 선진지수 편입검토 대상(워치 리스트)에 다시 포함된다면 내년에는 승격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사례와 지수별 추종 자금으로 볼 때 리밸런싱(투자자산 재배분) 시점에 외국인은 단기 이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의 선진 지수 편입에 대한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MSCI 신흥지수에서의 중국 비중 확대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선진지수 편입 시도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MSCI 선진지수 편입은 장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을 줄일 수 있고, 국가 신인도 제고와 같은 정성적 플러스 요인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한국 증시가 선진지수 편입검토 대상(워치 리스트)에 포함되면 내년에는 승격이 가능한 상황이다.
그동안 MSCI는 한국 증시의 선진시장 편입 전제조건으로 역외 외환시장 부재와 복잡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절차를 해소하고, 시세정보의 거래소 독점 해소를 제시해왔다.
이에 따라 거래소 측은 외국인 통합계좌 도입계획과 역외 원화시장 개선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거래소의 시세정보 독점 해소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내 파생상품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