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UU 해제 1년 경과...세계 지역수산기구 소통·네트워크 구축 강화해야
  • ▲ 메로를 불법 어획한 캄보디아 국적 운반선이 나미비아로부터 입항을 거부당한 뒤 부산항으로 항로를 틀어 모리셔스 남서쪽 200마일 해상을 지나고 있다.ⓒ해수부
    ▲ 메로를 불법 어획한 캄보디아 국적 운반선이 나미비아로부터 입항을 거부당한 뒤 부산항으로 항로를 틀어 모리셔스 남서쪽 200마일 해상을 지나고 있다.ⓒ해수부

    우리나라가 유럽연합(EU)이 지정한 예비 불법 어업국에서 해제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국제무대에서 불법 어업국의 잔상을 말끔히 씻어내지는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 세계 지역수산관리기구 중 가입한 기구의 회원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미가입한 기구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홍보활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메로 불법 어획 캄보디아 선박 부산 입항 막아

    12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최근 이빨고기(메로) 114톤을 불법 어획한 캄보디아 국적 운반선(ANDREY DOLGOV)이 부산항으로 들어오려다 해수부의 입항 금지 통보를 받고 항로를 변경했다. 이빨고기는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가 지정한 관리대상 어종이다.

    캄보디아는 EU가 지정한 불법 어업국이다. 안드레이호는 조업해역에서 발행한 어획증명서 없이 이빨고기를 불법으로 어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 설명대로면 안드레이호는 지난달 1일 대서양 연안국가인 아프리카 나미비아에 입항하려다 1차로 입항이 거부된 상태였다. 이후 안드레이호는 항로를 부산항으로 바꿨다.

    안드레이호는 지난달 28일 싱가포르 해협까지 접근한 후 위성추적장치(AIS) 전원을 껐다.

    해수부는 지난 3일 캄보디아 정부에 불법 어획물을 실은 안드레이호의 입항을 금지할 예정이라고 통보하고 선박모니터링시스템(VMS)을 통해 안드레이호 위치를 파악해달라고 요청했다. VMS는 AIS와 달리 선박이 전원을 임의로 끌 수 없고 타국에서는 조회가 불가능하다.

    해수부 관계자는 "일련의 조처로 안드레이호는 최근 항로를 제3국으로 변경했다"며 "앞으로도 CCAMLR 사무국·회원국과 공조해 이빨고기 등 불법 어획물이 시장에 유통되지 않게 힘쓰겠다"고 말했다.

    ◇지역수산기구 네트워크·정보 공유 강화해야

    이번 개가는 해수부가 AIS를 통해 안드레이호 이동 경로를 끈질기게 추적한 노고도 있지만, 무엇보다 나미비아의 정보가 결정적이었다.

    나미비아는 입항 금지 조치 후 조사과정에서 안드레이호가 입항을 거부당하자 부산항으로 이동하려 한다는 것을 알았고 우리나라에 이를 알렸다. 나미비아는 우리나라와 함께 24개국이 가입한 CCAMLR 회원국이다.

    문제는 안드레이호가 수많은 항구를 놔두고 부산항으로 항로를 튼 배경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안드레이호가 우리나라가 아직도 (예비) 불법 어업국인줄 알고 부산항에 들어오면 불법 어획물을 처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EU는 각각 지난해 2월과 4월 우리나라를 예비 불법 어업국 지정 명단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 아직 우리나라를 불법 어업국으로 알고 있는 나라가 상당수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수부는 그동안 회원국으로 가입한 전 세계 지역수산기구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예비 불법 어업국 지정 해제를 홍보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역수산기구 가입 현황은 저조한 편이다. 현재 가입한 지역수산기구는 전 세계 51개 중 18개로 35%에 불과하다. 그나마 정례적인 회의에 참석하는 기구는 13개로 전체의 25% 수준에 그친다. 돌려 말하면 이미 가입한 5개 기구를 비롯해 미가입한 나머지 33개 기구에 대한 홍보활동과 정보 공유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얘기다.

    그린피스 박태현 해양캠페이너는 "한국 원양어선이 어획활동을 벌이는 곳은 제한돼 있으므로 모든 지역기구에 가입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불법어업 방지를 위해 국제 협회·기구와의 소통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회원국과의 긴밀한 협조로 항만 검색을 강화하는 한편 우리나라 어선의 불법어업 방지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