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틀린 성장률 전망… 비상 계엄 여파, 건설투자 급감 탓한은 분기 전망 실효성 논란…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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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실질 GDP(국내총생산)가 전기 대비 0.1% 성장해 3개월 전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0.5%)에서 5분의 1 토막 났다. 

    한국은행은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인한 소비·건설 경기 위축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전망과 실제 집계 오차가 0.4%포인트에 달해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것인지 애초 한은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던 게 아닌지 논란이 예상된다. 

    한은이 23일 발표한 '2024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 GDP는 전분기 대비 0.1%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2% 성장했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2.0%로 잠재성장률(2%)을 간신히 지켰다. 한은의 당초 전망치(2.2%)에 비해서는 0.2%포인트 뒷걸음쳤다. 

    ◇작년 분기별 성장률 상고하저… 하반기 간신히 역성장 면해 

    지난해 성장률은 상고하저 흐름을 보였다. 

    1분기 GDP는 1.3% 증가하며 '깜짝 성장'을 한 뒤 2분기(-0.2%)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3분기와 4분기는 모두 0.1%씩 성장하며 간신히 역성장을 면했다. 사실상 성장이 멈춘 것이다. 

    4분기 수출은 양호한 흐름을 나타냈으나 내수가 부진했다. 

    성장률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수출은 반도체 등 IT 품목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0.3% 늘어난 반면 내수 중 건설투자는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며 전분기 대비 3.2% 감소했다. 

    민간소비는 의류나 신발 같은 준내구재, 의료·교육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분기 0.5% 증가에서 증가 폭이 축소된 것이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비를 중심으로 0.5% 늘었다.

    이에 따라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기여도는 0.1%포인트,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0%를 나타냈다. 계엄여파로 경제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완만한 회복 흐름을 기대했던 내수 회복이 지연됐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는 전분기 대비 0.6% 증가하며 실질 GDP 성장률(0.1%)을 웃돌았다. 연간 실질 GDI 증가율(3.9%)도 교역조건이 전년 대비 개선되면서 실질 GDP 성장률(2.0%)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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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 “전망 오차, 비상계엄으로 인한 심리 위축 탓”… 시장, 저성장 고착화 우려

    4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하락한 까닭은 비상계엄 등 탄핵정국으로 인한 심리 위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2분기 연속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인 0.5%의 5분의 1 수준에 그치는 등 전망과 실제 집계의 오차가 크게 나타나면서 한은의 분석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대부분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것인지, 애초 한은 전망이 낙관적이었던 게 아니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 전망 오차가 큰 이유에 대해 “작년 11월 전망과 비교하면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전망치에서 차이가 많이 났다”면서 “작년 12월 신규 분양이나 건설 수주 착공 부진이 예상보다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2월에 발생한 계엄 등 정치 불확실성 확대는 지난해 11월 전망에서 예측을 못했기 때문에 성장률 전망 실패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각각 0.1% 성장에 그치면서 우리나라가 경기 침체 흐름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상 경기침체는 분기 성장률이 두차례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경우 해당된다. 그러나 0.1%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경우도 경제 주체 심리가 악화해 경기 침체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하향 조정했다. 

    한은이 지난 20일 내놓은 ‘1월 금통위 결정 시 한국은행의 경기 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영향으로 올해 성장률이 소비 등 내수를 중심으로 약 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11월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1.9%에서 1.6%~1.7%로 낮아진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