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공사 무산 등 악재 이어져동남아 도로·교량 등 인프라 사업 수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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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시공능력평가 1위 건설사 삼성물산이 실적 부진과 주가 급락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삼성물산 표지ⓒ뉴데일리
삼성물산이 동남아시아 등 텃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계속되는 실적 부진을 주력 시장의 내실 다지기로 해소한다는 전략이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415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500억에 이어 적자가 더욱 악화된 것이다.
삼성물산의 실적이 하락세인 이유는 해외 사업장의 잠재손실 반영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에는 호주 로이힐 광산 건설사업, 카자흐스탄 발하쉬 발전소 프로젝트의 예상손실과 우발부채가 각각 8500억원과 1500억원 반영됐다. 유가 하락에 따른 유전자산의 가치 감소 5600억원, 기타 프로젝트 관련 지급보증·지체상금 우발부채 4500억원 등도 포함됐다.
올 1분기에도 카타르 도로 프로젝트 미확정 공사설계변경, 사우디 빌딩 공사의 공기 지연에 따른 비용 등 예정 원가 3600억원과 퇴직위로금 550억원이 영업손실로 처리됐다.
더불어 삼성물산은 최근 공정률 40%가 넘는 카타르 철도공사가 발주처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로 무산되는 아픔까지 맛봤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관련 발주를 기대하고 현지 기반을 구축하려던 삼성물산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중동 발주처들의 태도가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저유가로 인해 그 국가들의 재정이 부족해진 탓"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위기가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친 듯 삼성물산의 주가는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3월만 해도 15만원대를 오가던 삼성물산의 주가는 지난 19일 11만7000원까지 떨어졌다. 실적 악화에다 카타르 철도공사 계약 해지 소식이 전해지자 외국인과 기관이 연일 매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위기 극복을 위해 특별한 대책을 세우기보다 사업장 리스크 관리 등 기본에 충실한다는 입장이다. '우직한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우보천리(牛步千里)가 연상되는 전략이다. 비록 악재가 겹치긴 했지만 재무·영업·기술력 등 삼성물산의 기초 체력은 아직 탄탄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른 한편으로 '언젠가 정리해야 할 손실을 털었다'는 판단도 있다. 삼성물산은 금융 당국이 올 1분기부터 적용하고 있는 사업장별 미청구공사액 공표 등 회계기준 강화 방침에 맞춰 보수적으로 실적을 집계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이번 1분기 실적에 2~3분기 예상 손실까지 반영했다"며 "해외 사업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영업이익이 다시 정상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동남아시아와 호주 등 전략 지역의 공사는 적극적으로 수주할 계획이다.
동남아시아는 올해만 1조3700억원 규모의 수주액을 삼성물산에 안겨준 최대 사업장이다. 호주의 경우 삼성물산이 현지 협력사의 부도 등으로 손실을 보면서도 로이힐 광산 사업을 진행한 지역이다. 이 실적을 바탕으로 삼성물산은 지난해 호주 웨스트 커넥트 1·2단계 공사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손해를 감수하고서 공사를 하는 이유는 건설업 특성상 지역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며 "잘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와 호주에서 더욱 신뢰를 쌓고 이 지역에서 먹거리 발굴에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트라 보고서를 보면 동남아시아와 호주 등에서 △필리핀 라구나호수 고속도로 △필리핀 남북 철도 △말레이시아 조호주 석유화학단지 △말레이시아 MRT 1~2호선 △호주 퍼시픽 하이웨이 △호주 노스커넥트 등의 프로젝트가 발주될 예정이다. 이 공사들의 발주 시기에 맞춰 삼성물산의 행보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트라 관계자는 "동남아시아에서 도로, 교량 등 인프라 개발부터 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 시설 조성까지 다양한 프로젝트가 발주되고 있다"며 "국내 건설사들이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한 수익성 있는 시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