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료 협상 한치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정부 "현대상선 해운동맹 가입 적극 지원"

현대상선의 운명을 결정지을 용선료 협상 시한이 다가왔다.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데드라인은 바로 오늘이지만, 아직까지 결과는 안갯 속이다. 용선료 협상에 이어 사채권자 집회와 해운동맹 가입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산재한 상황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난항을 거듭하던 용선료 인하 협상이 진전을 보이며 마무리 단계에 온 것으로 알려졌다.  

용선료 인하에 있어 가장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영국계 선주 조디악이 용선료 인하를 수용하겠다며 태도를 바꾸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그동안 조디악은 컨테이너선 선주 5곳 가운에 유일하게 협상을 거부하면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는데 용선료 인하를 받아들이는 대신에 보전 조건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협상은 5곳의 컨테이너선사와 17곳의 벌크선사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5곳의 컨테이너 선주에 지급하는 용선료 비중이 전체의 70%를 넘는 만큼, 용선료 비중이 큰 조디악과 협상을 마무리하면 그외 선주와 벌크선주들과의 협상도 긍정적으로 마무리 될 가능성은 크다. 

현대상선이 용선료 28.4% 인하를 목표로 잡았지만, 조디악은 20%대 초반을 주장하면서 막판 절충안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20%대 수준에서 협상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나 채권단이 적당한 수준에서 결론을 도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용선료가 20% 인하되면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 운항원가가 14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만약 그보다 높은 30%가 인하되는 경우에는 2100억원까지 절감할 수 있다.

용선료 인하 협상 후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 또 하나의 '고비'

용선료 인하 협상이 잘 마무리 되더라도 현대상선은,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이라는 또 하나의 고비를 넘어야 한다. 

현대상선은 오는 30일과 다음달 1일에 예정된 사채권자 채무 조정 집회에서 오는 2017년 만기가 돌아오는 모든 공모 사채권자를 대상으로 8043억원의 채무재조정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의 회사채 대부분은 신협, 지역농협 등 각 기관이 보유하고 있지만 신주인수권부사채의 경우 개인들이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문에 현대상선 직원들은 휴일도 반납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투자자들을 설득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1일 현대상선은 전체 사채권 총 8043억원의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 2년 거치 3년 분할상환으로 5년 만기연장을 하는 방안을 요구할 계획이다. 원금에 대한 이자는 연 1% 분기별 지급으로 변경한다. 사채권자 집회에서 이번 방안을 놓고, 찬성과 반대 결의를 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현대상선의 주식과 채권은 곤두박질 치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채무재조정에 동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채권단이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에 실패할 경우, 현대상선은 채권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대상선은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배제된 '해운동맹 가입'도 관건

사채권자 집회 뿐만 아니라 현대상선은 '해운동맹 가입'이라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해운동맹은 특정 해운사가 전 세계 모든 노선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유력한 해운사와 함께 손을 잡고, 노선과 선박을 공유하는 체제다. 해운동맹에서 퇴출당하면 막대한 영업력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현재 현대상선은 올해 초부터 법정관리 가능성이 제기돼오면서 전세계 해운사들이 새로 구성하기로 한 해운동맹 'THE 얼라이언스'에서 배제된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사채권자 집회 직후인 6월 2일, 서울에서 열리는 'G6 해운동맹' 회원사 정례회의에서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해운동맹은 독일 하파그로이드, 일본의 NYK 등이 참여하고 있는 연합체로 2017년 3월까지 유지되며, 이후엔 새로운 해운동맹인 'THE 얼라이언스'로 개편된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이날 G6 해운동맹 소속 해운사들과 만나 'THE 얼라이언스' 가입을 다시 타진할 계획이다. 회의는 G6 운영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지만 THE 얼라이언스에 포함된 해운사들이 회의에 참여하는 만큼 현대상선이 해운동맹 합류 지지를 요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에서도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가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프랑스 공동 핀테크 세미나에 참석한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제 해운동맹에서 1차로 탈락한 이후 타 동맹에 합류할 수 있도록 당국이 적극적인 지원을 펼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임 위원장은 "기존 G6 해운동맹(얼라이언스)의 회원사인 G4가 오는 6월 2일 국내에서 회의를 갖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나 채권단이 적극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면서 "해운동맹 잔류는 자율협약에 중대 사안인만큼 할 수 있는 지원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은행 역시 이날 구체적인 용선료 인하 수치를 밝히진 않았으나 "매우 의미있는 단계까지 진척됐다"고 협상 전망을 밝혔다.


산은 측은 "현대상선은 그간 해외 선주사들과 개별협상을 통해 용선료 조정에 대한 상당한 진척을 이뤄 조속한 시일내에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벌크선주사들에게는 최종 제안을 제시한 상태로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합의 성사를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최종 협상 결과는 협상 종료 후 협약채권단의 논의를 거쳐 발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