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0개월 거세우 출하비중 전년比 6.7%P ↓… 이달부터 월 1천 마리 이상 추가 출하 유도농협 "소값 올리려 지연 출하"
  • ▲ 한우.ⓒ연합뉴스
    ▲ 한우.ⓒ연합뉴스

    최근 한우 가격이 급등한 배경에는 농협중앙회의 축산 농가 관리 부실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이 한우 농가와 맺은 계약만 제대로 관리했어도 출하·도축 물량 부족이 가중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여 할인 판매나 추가 출하 대응이 뒷북 대책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농협이 사육농가의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일 농협에 따르면 한우 가격 안정을 위해 이달부터 할인 판매와 추가 출하 유도 등 단기 대책을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할인 판매는 이달 중 시작한다. 직거래형 판매장을 통해 소비자 판매가격보다 20% 싼 가격으로 판매한다. 전국 농·축협판매장 300곳에서도 대형할인점보다 20% 저렴한 가격으로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학교·기업체·군부대 등 단체급식의 메뉴를 한우에서 닭고기와 달걀로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농협 공판장을 통해 한우를 월 1000두 이상 추가로 출하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농협은 8월 이후 추석 명절 물량이 유입되면 한우 공급이 원활할 것으로 보고 6, 7월 두 달간 집중적으로 출하 물량을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축협이 보유한 자체 물량과 농가와 맺은 계약 물량이 있어 29~30개월 거세우 출하비중을 예년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농협은 한우 가격 급등의 원인이 30개월 이하 거세우의 출하비중은 줄고 32개월 이상 출하비중은 늘어난 데 있다고 분석했다. 농협 설명대로면 지난달 말 현재 30개월 이하 거세우 출하비중은 29.3%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6%보다 6.7%포인트 낮다.

    농협 관계자는 "최근 한우 도축물량 감소로 한웃값이 오르자 농가에서 한우를 더 키워 가격을 높일 요량으로 출하를 늦추고 있다"며 "지난해 출하시기별 마리당 수취단가를 보면 29~31개월 사이 큰 차이가 없음에도 농가에서 막연한 기대감에 출하를 늦춰 도축물량 감소를 가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농가에서 (공급계약을 어기고) 출하를 늦춰도 뭐라 말할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고 덧붙였다.

    한우 농가에서 공급계약을 어겼다고 농협이 조합원에게 벌칙을 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곤란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돌려 말하면 농협이 한우 농가와 맺은 계약만 제대로 관리했어도 출하물량 감소로 말미암은 가격 급등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도 돼 논란이 예상된다. 농협이 농가와 공급계약을 맺을 때는 출하 시기와 마릿수 등이 명시된다. 농가에서 정한 시기에 맞춰 한우를 출하할 수 있게 농협이 적극적으로 관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우 농가에서 출하가격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있다면 농협이 보유한 출하시기별 마리당 수취단가 등 관련 통계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조기에 불식시킬 수 있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사육 현장에서는 농협이 현황 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견해다.

    농협은 농가에서 출하를 늦춰 물량 부족을 부채질한다지만, 솟값이 언제 내림세로 돌아설지 몰라 조기 출하하는 농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충남 홍성군에서 한우를 키우는 황모씨는 "젊은층에선 솟값이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적정 이윤이 남으면 25~26개월 만에 조기 출하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소가 잘 먹지만, 더워지면 축사 선풍기를 아무리 틀어도 섭취량이 떨어져 키우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농협이 벙어리 냉가슴 앓듯 농가 눈치만 본다는 데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우회적으로 농가에 벌칙을 준다는 것이다.

    황씨는 "공판장에서 지역별로 들어오는 차량을 제한한다"며 "가량 일주일에 9대 들어가던 것을 5대로 줄이면 농가는 팔 수 있는 물량이 줄어 손해를 본다"고 부연했다.

    황씨는 "지난 6년간 솟값이 바닥이었고 사룟값 인상 등을 고려할 때 정말 솟값이 올랐는지 따져볼 일"이라며 "정부나 농협은 솟값이 올랐다며 그 원인을 농민 탓으로 돌리지 말고 왜 사육두수가 줄었는지 살펴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