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소주, 제주도 용수허가 개발권 보유… "소주 시장 보단 프리미엄 생수시장 노릴 가능성 높아”
  •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세계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세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마트 성장을 위해 제주소주를 인수하고 주류시장 진출을 공표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소주 시장보다 프리미엄 생수 시장 진출이 중장기적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주소주가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제주도 지역 지하수 개발 허가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수 개발 허가권 신규 허가 취득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이마트는 안정적으로 생수 및 음료 사업에 진출할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마트는 9일 ‘제주소주’와 주식매매 가계약을 체결하고 와인, 맥주에 이어 소주까지 종합 주류시장 발판을 마련했다. 제주소주는 2011년 자본금 25억원으로 설립된 회사로 2014년 ‘곱들락’(20.1도), ‘산도롱’(18도) 소주를 출시해 제주지역에서 판매하고 있다. 제주소주의 지난해 매출은 1억4000원, 당기순손실은 32억원 규모다.

    이마트가 제주소주를 인수한 이유는 우선 라이센스 획득이다. 이마트가 제주소주를 인수하면 국세청으로부터 소주 생산을 위한 라이센스를 별도로 발급받을 필요가 없다. 전국 유통망을 확보한 이마트 156개점포, 편의점 위드미, 에브리데이 등에서 자사에서 생산한 소주를 판매할수 있기 때문이다. 

    단, 제주소주 공장이 제주도에 위치한 만큼 육지로 이동하기 위한 물류비 부담은 이마트가 풀어야할 숙제다. 생산량 역시 아직 미미하다. 때문에 이마트가 소주 시장을 강화하기 위해선 내륙에 제2 소주 공장 증설이 절대적이다. 

    이경우 인수 금액을 몇배 웃도는 대규모 투자가 선행되야 한다. 앞서 롯데주류가 지난해 10월 충북 청주에 완공한 제2공장 증설에 900억원이 투입됐다. 롯데주류 충주 제2공장은 월 1000만병 생산이 가능해졌다. 제주소주 판매량은 현재 월 1000여 상자 규모로 도내 소주 시장 점유율이 1%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진 부회장의 공격적인 횡보에도 주류업계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이마트가 가지고 있는 막대한 유통채널로 가정용 시장에서 어느 정도 점유율을 가져갈 수는 있겠지만, 현재 가정용은 물론 유흥주점에 대한 점유율은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양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설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도 한몫한다.

    주류시장 전체 판매량의 60%가 음식점과 유흥업소에서 나오는 만큼 도매 유통망 확보가 관건이다. 이마트가 이 부분에서 노하우가 없는 만큼 단기간에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
    제주소주 인수 금액이 300여억원 규모로 알려졌지만, 실제 금액은 1억5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경영이 악화된 제주소주의 부채를 떠앉는 조건으로 인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류 매출의 60% 이상은 업소에서 발생하는 데 주류시장의 특성상 보수적 성향이 커 당장 도매 유통망 확보가 어려워 주류 시장 판로를 열기 위해 이마트가 제주소주를 인수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 제주소주 ⓒ제주소주 홈페이지
    ▲ 제주소주 ⓒ제주소주 홈페이지



    이마트가 제주소주를 인수한 진짜 이유는 '제주도 지하수 개발 허가권'을 통한 프리미엄 생수나 음료수 사업 진출로 풀이된다. 

    제주도는 국내에서 유일의 청정지역으로 꼽히는 만큼 먹는 물에 대해서 제주가 가진 프리미엄은 강점이다. 일례로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 1위 ‘삼다수’ 역시 제주라는 청정지역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생수시장 규모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어 이마트로선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 실제로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생수시장은 2010년 3990억원에서 지난해 6220억원으로 불과 5년 만에 55.9% 신장했다. 

    연내 ‘제주 삼다수’가 광동제약과 계약을 종료하고 매물로 나올 예정이기 때문에 이마트가 제주라는 이름을 활용한 마케팅을 펼치기에도 올해가 최적의 시기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다수와 관련해 제주도개발공사는 2011년 관동제약과 위탁 판매 계약 당시 2016년 12월까지 4년 계약을 체결하고 판매 목표에 도달하면 계약을 1년 연장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구체적인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제주시가 광동계약과 체결한 삼다수 계약 기간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 

    이 공백기를 노려 이마트가 막대한 유통망을 활용해 생수시장에 뛰어들 경우 시장 점유율 확보가 유리하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소주는 제주도 용수허가 개발권을 가지고 있어 이번 인수는 사실상 이마트가 프리미엄 생수 시장을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제주도 생수 브랜드는 이마트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아직 본계약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수 사업 진출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아직 수립되지 않았다"며 "우선 이번
    인수로 제주소주가 제주도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향토 기업으로 발돋음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