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간 경쟁보단 실리 선택해 제품 경쟁력 확보에 총력전
  • ▲ 사진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 김범석 쿠팡 대표 ⓒ각사
    ▲ 사진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 김범석 쿠팡 대표 ⓒ각사

"영원한 적은 없다. 이익이 있다면" 

불황은 자존심 보다 강했다. 장기화된 불황에 최저가 경쟁으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이마트와 쿠팡이 협력한 데 이어 유통업계 대표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가 손을 잡았다. 유통업계가 자존심을 버리고 실리를 택한 것이다.

이마트와 쿠팡이 손을 맞잡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마트와 쿠팡은 지난 2월부터 기저귀·분유 등의 품목으로 가격 최저가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이른 바 '1원전쟁'. 이마트가 1원을 내려 최저가 판매를 선언하면, 쿠팡이 그보다 1원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는 '최저가'를 둔 자존심 싸움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이마트가 이마트PB(자체 브랜드)인 피코크 제품을 쿠팡에 납품한다고 밝혀 이목이 쏠렸다. 그동안 경쟁 상대로 알려졌던 쿠팡이 이마트가 처음으로 택한 유통채널이었기 때문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객들의 관점에서 원하는 수요가 있다면, 실리를 따져 이마트몰뿐만 아니라, 경쟁채널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해 실리가 경쟁보다 우선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롯데홈쇼핑에서 지난 1일 이마트의 ‘피코크 조선호텔 김치’를 판매한 것도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유통업계 양대 산맥인 롯데와 신세계가 손을 잡았다.

 호황기라면 경쟁사 제품을 꺼리는 일이 많았지만, 상호 이익이 발생한다면 '동맹'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롯데홈쇼핑에서 선보인 피코크 조선호텔 김치는 당일 5000세트 완판을 기록했다.

온·오프라인 채널 간의 협업도 다방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티몬과 CU는 올해 안으로 편의점 픽업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다. 티몬에서 주문한 상품을 집 근처나 직장 근처 CU 편의점에서 24시간 수령할 수 있다.

CU는 이번 협력을 통해 택배를 찾으러 오는 고객들에게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과 좀 더 친근한 기업 이미지를 쌓을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이커머스(e-commerce·전자상거래)시장의 패권을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는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도 상호 이익을 위해 손을 맞잡고 있다. 

11번가는 모바일 앱을 통해 티몬에서 제공하는 전국 맛집 쿠폰과 뷰티 쿠폰, 여가생활 쿠폰, 교육 쿠폰 등 2000여개의 e쿠폰 상품을 판매 중이다. 
지난달 11일 협업 이후 e쿠폰 매출은 4월 대비 55% 증가하며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 ▲ 사진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 김범석 쿠팡 대표 ⓒ각사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독자적인 채널만 활용해도 매출 신장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장기적인 불황 등의 여파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경쟁기업과 협업하는 것도 일상적인 패턴이 돼 가고 있다”라며 “향후 이러한 협업이 더욱 다각화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