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보고서에서 대기오염 심각 경고… 환경단체 "환경 접근 패러다임 바꿔야"
  • ▲ 미세먼지.ⓒ연합뉴스
    ▲ 미세먼지.ⓒ연합뉴스


    한국이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말미암아 세계적인 근무 기피 지역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의 미세먼지 종합대책 발표를 전후로 한국의 대기오염 문제를 경고하는 국제사회의 보고서가 잇따르고 있어 환경 문제에 접근하는 정부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韓, 2060년 대기오염 조기사망자 수 OECD 회원국 중 1위… 100만 명당 1109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다시 한 번 한국의 미세먼지 심각성에 대해 경고했다.

    OECD는 9일(현지시각) 미세먼지와 지표면 오존 증가로 말미암은 사회적 비용을 계산한 '대기 오염의 경제적 결과'(The economic consequences of outdoor air pollution)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대기오염에 따른 세계의 조기사망자 수가 오는 2060년 600만~9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10년 300만명 수준에서 2~3배 늘어난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의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대기오염에 추가로 대응하지 않으면 인구 100만명 당 조기사망자 수가 2010년 359명에서 2060년 1109명으로 3.1배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0년 현재 인구 100만 명당 조기사망자 수는 한국 359명, 일본 468명, 유럽연합(EU) 내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각각 412명, 미국 299명이다.

    하지만 2060년에는 한국 1109명, 일본 779명, 미국 307명, EU 주요 4개국 340명, 캐나다 300명 등으로 예측됐다. 다른 회원국은 2010년과 비교할 때 비슷하거나 감소하지만, 한국은 유독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2060년 OECD 회원국 중 조기사망자 수가 1000명을 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OECD는 "미국과 서유럽 국가는 청정에너지와 저공해 교통수단 사용 노력으로 조기 사망률이 낮아지는 대신 인도, 중국, 한국 등은 인구 집중과 도시화 등으로 차량과 공장 가스에 더 많이 노출돼 사망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대기오염 관련 질병으로 말미암은 의료비 증가와 노동생산성 감소, 농작물 수확 감소 등으로 2060년에 발생할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손실액 규모가 연간 2조6000억 달러(30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 세계 GDP의 1%쯤에 해당한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최대인 GDP의 0.63% 손실이 예상됐다.

    ◇환경단체 "한국형 대기오염 측정 프로그램 있어야"

    환경 관련 단체들은 OECD가 잇따라 한국의 대기오염과 관련해 경고음을 내는 것에 대해 우려하면서 환경문제에 대한 정부의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이세걸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OECD 보고서는 한국의 대기질 상태가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묘하게도 정부의 미세먼지 종합대책 발표 앞뒤로 OECD의 보고서가 나왔는데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OECD는 지난달 말 발표한 '2016년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BLI)에서도 한국의 대기환경이 34개 회원국을 포함한 전체 조사대상 38개국 중 꼴찌라고 밝혔다. 당시 보고서에는 한국의 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29.1㎍/㎥로 나왔다. 이는 OECD 평균 14.05㎍/㎥보다 2배 이상, 세계보건기구(WHO) 지침인 10㎍/㎥보다 3배쯤 높은 수준이다.

    이 사무처장은 "그동안 우리나라는 오염원 배출구에서 나오는 1차 생성물질에 대해서만 통계를 냈고 (WHO가 발암물질로 규정한) 초미세먼지 등 2차 생성물질에 관해선 전혀 몰랐다"며 "다양한 오염원을 망라해 초미세먼지량 등을 가늠할 수 있는 국내에 최적화된 대기질 측정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손민우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지난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초미세 먼지로 매년 최대 1600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연구결과를 국내 최초로 발표한 적 있다"며 "이번 OECD 보고서는 다른 오염원을 포함한 대기오염 전반에 관한 것으로, 국내 오염원 중 석탄화력발전소의 비율 등을 고려할 때 신뢰성 있는 자료로 보인다"고 결과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손 캠페이너는 "이번 보고서는 우리나라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며 특히 생활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사회·경제적인 피해도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국내 산업계는 경제성을 이유로 석탄화력발전소 규제에 반발하는 데 이제는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미세먼지를 내뿜는 석탄화력발전소를 계속 사용하면 국민 건강은 물론 피해가 결국 경제·사회적 손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 캠페이너는 "OECD나 WHO가 대기오염에 관한 연구를 계속 진행하는 데 우리도 경각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피해는 우리에게 되돌아온다"며 "대기오염이 심각한 중국처럼 우리나라도 외국 기업들이 근무를 꺼리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주중 미국상공회의소가 1012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제17회 연간 기업풍토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477개 회원사의 53%가 중국의 대기 악화 문제로 중역급 인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의 응답 비율 34%와 2014년의 48%보다 증가한 수치다.

    적지 않은 외국계 기업이 중국 내 스모그가 심각한 지역에서 근무하는 주재원에게 따로 위험수당을 지급하거나 보상 휴가를 늘리는 등 근무 유인책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심각한 스모그.ⓒ연합뉴스
    ▲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심각한 스모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