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추경 편성은 무리” 신중론도...재원 마련 방법 마땅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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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재정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의 경기 부진은 구조적 요인이 커서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정부가 추경경정예산 등을 통해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난 9일, 한국은행 금융통회위원회가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직 직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정부 재정과 산업계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칼파나 코차르 IMF 미션단장은 지난 8일, 한국 경제의 현재 상황과 관련해 ‘하방 위험’을 경고하면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모두 포함된 정책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OECD도 최근 펴낸 '2016년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2.7%로 내려잡으면서, 정부가 재정을 확대해 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OECD는 한국의 재정상태가 매우 양호한 만큼 일시적으로라도 재정지출 정책을 포함한 경기부양책을 쓴다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국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6%로 하향 조정하면서, 통화당국의 금리인하, 정부당국의 적극적 역할 수행을 주문했다.

KDI는 구조조정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올해 당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면,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재정확대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미 연초부터 시장에 돈을 쏟아부었다. 정부는 지난 4월 상반기 중앙정부 재정집행률 목표치를 58.0%에서 59.5%로 올리고, 지방재정 집행률 목표도 56.5%에서 58.0%로 늘려잡았다. 좀처럼 기력을 찾지 못하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정부 재정을 상반기에 집중해 풀었다는 뜻이다.

정부가 하반기에 풀 돈은 6조5천억원 정도다. 정부는 하반기 공기업 투자를 확대하고, 지방정부의 추경 편성을 독려해 6조5천억원 가량을 시장에 더 투입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혔다. 

따라서 정부가 추가로 돈을 더 풀 수 있는 여력은 크지 않다. 정책금융을 늘리는 것도 돈을 추가로 더 푸는 방법 중 하나지만, 이미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실탄 마련을 위해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까지 만들기로 한 상황에서, 이 방법은 현실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무리하지 않고 재정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제 남은 건 ‘기금지출 증액’ 정도지만, 이 방법은 경기를 부양하는데 있어 약발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이 경기 부양을 위한 최적의 카드로 꼽는 수단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다.

‘추경(追更)’은 위축한 경기를 되살리는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정부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11조6천억원의 추경을 실시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정부의 추경 편성이 우리 경제 성장률을 0.15∼0.36%P 정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산업계 구조조정을 위한 추경 편성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답해, 추경 펀셩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추경에 관한 정부의 태도는 상당히 신중하다. 국가재정법 상 추경을 편성할만한 조건이 마련됐는가도 문제지만, 추경을 위한 재원 마련도 풀어야 할 숙제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추경은 국고채 발행, 한국은행 잉여금, 정부기금 자체 재원, 정부가 전년도에 쓰고 남은 자금(세계잉여금, 歲計剩餘金) 등으로 조성한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세계잉여금이나 한은 잉여금만으로 원하는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세수가 그만큼 크게 줄어든 탓이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4년 만에 세수(稅收) 펑크를 면했다. 덕분에 올해 정부 곳간에는 2조8천억원이 조금 넘는 세계잉여금이 있다. 여기서 지방교부세 교부금과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쓸 돈을 빼면 1조7천억원 정도가 남는다. 이론상으로는 국고채 발행 없이 1조7천억원 규모의 추경 편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추경으로는 경기부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결국 올해도 추경 편성을 위해서는 국고채 발행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국고채 발행은 빚을 내서 현금을 마련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재정운용에 부담을 준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는 40% 수준으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준수한 편이지만, 글로벌 장기불황과 금융시장 불안, 구조화된 경기 부진 등을 고려한다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2060년이 되면 우리 정부의 국가채무가 60%를 넘길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