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검사장이 직접 샀다” vs “김정주대표가 사서 넘겼다” 엇갈려
  • ▲ 경기 성남 분당에 있는 넥슨코리아 사옥. ⓒ 사진 뉴시스
    ▲ 경기 성남 분당에 있는 넥슨코리아 사옥. ⓒ 사진 뉴시스

    진경준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게임업체 넥슨으로부터 비상장주식을 헐값에 매입해, 100억원이 넘는 폭리를 취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주식 매입 경위에 대한 핵심 당사자들의 발언이 엇갈리면서 그 배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사건은 2005년 6월, 진경준 당시 법무부 검찰과 검사, 김상헌 LG 법무팀 부사장,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 감사를 지낸 박모씨 등 3명이, 이모씨가 갖고 있던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각각 1만주씩 매입하면서 불거졌다. 이들 가운데 김상헌 부사장은 네이버로 옮겨 대표 자리에 올랐다. 

진경준 검사장 등은 당시 넥슨으로부터 4억2,500만원씩을 빌려, 이모씨로부터 주식을 사들였다. 진 검사장 등은 이후 6개월에 걸쳐 넥슨에 빌린 돈을 모두 갚았다.

이들이 산 넥슨 비상장주식의 가치는 급등했다. 넥슨이 일본증시에 상장한 2011년, 이 회사의 주식은 시장에서 구하기가 어려울 만큼 귀한 몸이 됐다. 진경준 검사장은 지난해 자신이 보유한 넥슨 주식을 처분해, 126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진경준 검사장 등이 주식을 산 시점부터 특혜시비가 불거졌다.

진 검사장이 주식을 매입한 당시에도 넥슨 주식의 가치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일반인들은 구경조차 하기 힘든 최고의 블루칩이었다. 그런 주식을 진경준 검사장 등은 넥슨이 빌려준 돈으로 샀다.

당시 이들에게 넥슨이 돈을 빌려 준 것은 이 회사 설립자인 김정주 대표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진경준 검사장을 비롯한 3인방은 넥슨 김정주 대표와 막역한 사이였다. 김정주 대표와 진경준 검사장은 서울대 86학번 동기로 대학생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웠다.

넥슨이 진경준 검사장 등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준 점, 법인이 개인을 상대로 공금을 대여하면서 차용증 한 장 작성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특혜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넥슨의 비상장주식은 회사가 상장될 경우 막대한 시세차익을 안겨줄 수 있는 우량주였다는 점, 주식 매입 비용을 주식을 발행한 회사가 무이자로 대여해 줬다는 점, 주식을 사들인 이들이 주식발행기업 대표와 친분이 있었던 점 등은 뇌물 혹은 업무상 배임죄의 냄새를 짙게 풍긴다.

그 뒤에 알려진 사실, 법령상 당시 넥슨이 자사주를 살 수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고 해도,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넥슨은 의혹이 커지자 보도자료를 내고 “퇴사한 임원(이씨)이 외부 투자사에 보유한 회사 주식을 팔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당시 회사는 단기간 내 상장 압박 등을 우려해 장기투자자를 급하게 물색했고, 진 검사장 등이 매수의사를 밝혔다. 이씨는 수일 안에 주식대금 전부가 입금되길 원했다. 진 검사장 등이 빠른 시일 안에 돈을 갚을 수 있다고 해서 일시적으로 자금을 빌려줬다”고 해명했다.

당시 이씨가 갖고 있는 넥슨 주식 3만주는 발행된 주식 총수의 0.7%에 불과했다. 더구나 김정주 대표는 회사 주식이 외부인의 손에 들어가는 걸 꺼려해, 주식 대부분이 회사 직원 등 내부인의 수중에 있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이씨가 보유한 주식이 외부 투자자 손에 넘어간다고 해서, 상장압박을 우려했다는 회사 측 설명은 어딘가 어색하다.

현재 진경준 검사장과 김정주 대표 등에게 검찰이 적용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죄목은, 뇌물죄와 수뢰후부정처사죄 등이다.

진경준 검사장과 김정주 대표의 ‘처벌’과 관련해, 진 검사장의 주식 취득 경위는 매우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진 검사장이 직접 샀다” vs “김정주대표가 사서 넘겼다” 어떤 차이?

검경의 수사와 정부공직자윤리위의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진경준 검사장은 넥슨으로부터 직접 돈을 빌려 이모씨가 갖고 있던 주식을 샀다. 이 과정에서 넥슨은 진 검사장의 은행 계좌로 직접 4억2,500만원을 송금했다. 이 부분은 진 검사장과 넥슨 측의 진술이 일치한다.

그러나 다른 견해가 있다. 내일신문이 지난 8일 보도한 기사를 보면, 문제의 넥슨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이모씨로부터 주식을 사들인 사람은 진경준 검사장이 아니라, 김정주 대표다.

이 신문은 당시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게임업체 관계자 A씨의 입을 빌려, 이씨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씨는 자신의 주식을 사려고 구매의사를 밝힌 A씨 등에게 “김정주 넥슨 대표가 일방적으로 주식대금을 계좌로 송금해 어쩔 수 없이 그쪽에 팔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이씨 계좌로 누가 주식대금을 입금했는지 확인해보면 사실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모씨가 보유하던 넥슨 비상장주식은 먼저 김정주 대표에게 건너갔다가 그 뒤 진경준 검사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봐야 한다. 

이 경우, 넥슨 비상장주식의 소유권이 이전된 경로가 전혀 달라진다. 이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법률전문가들은 “주식 취득 경위의 차이는, 사건의 핵심인 뇌물죄 성립 여부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주 대표가 이모씨에게서 주식을 사들인 뒤, 이를 진경준 검사장에게 건넨 것이 팩트라면, 뇌물죄 구성은 그만큼 자연스러워진다.

서울 강남의 한 로펌에 근무하는 B변호사는 “두 가지 경우의 수 모두 결국은 김정주 대표의 개입을 전제로 하지만, 김정주 대표가 주식을 사 이를 진 검사장에게 넘긴 것으로 사실관계가 정리된다면, 뇌물로 보기에 흐름이 더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진경준 검사장과 넥슨 측 주장처럼 진 검사장이 넥슨에게서 돈을 송금받아, 이모씨로부터 주식을 산 것이 사실이라면, 검찰의 뇌물죄 적용은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아진다.

B변호사는 “법인이 직접 계좌를 통해 제3자에게 4억원이 넘는 현금을 대여하려면, 회사 대표 외에 이사들의 동의 혹은 결의를 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사정은 김정주 대표의 죄책을 그만큼 희석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뇌물죄 성립 가능성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모씨에게서 진 검사장에게로 넥슨 비상장주식이 넘겨진 과정의 차이는, 진 검사장과 김정주 대표에 대한 검찰의 혐의 적용과 직결된다.

진경준 검사장이 주식을 취득한 경위와 관련해, 김정주 대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넥슨 측도 기존에 밝힌 입장 외에 새로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진 검사장이 6개월 만에 4억원이 넘는 큰 돈을 갚았다는 진술에 대해서도 새로운 의혹이 일고 있다.
현직 검사가 6달 안에 상환하기에는 그 액수가 너무 크고, 이와 관련해 상환자금을 어떻게 융통했는지 그 출처가 명확치 않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진 검사장이 주식을 취득하게 된 경위를 볼 때, 김정주 대표가 이른바 ‘보험용 뇌물’을 준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대한변협은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돼 수사의 실익이 없다”는 회의론에 대해, “시효 만료 여부와 관계없이 사실관계를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13일, 진 검사장과 함께 넥슨 비상장주식 1만주를 사들인 김상헌 네이버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김상헌 대표를 상대로 주식을 사들이게 된 경위와 주식매매대금의 출처 등을 물었다. 김 대표에 대한 조사에 앞서 검찰은 진 검사장의 출국을 금지하고, 그의 계좌를 추적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진 검사장 명의 계좌에 대한 추적조사를 통해 진 검사장이 실제로 넥슨에게 빌린 4억2,500만원을 갚았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의 조사는 앞으로 두 갈래로 나눠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진 검사장과 넥슨 사이에 대가성을 의심할만한 유의미한 정황이 있었는지 그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진 검사장과 김 대표, 이들과 함께 같은 시기에 넥슨 주식을 매입한 박모 전 NXC 감사,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대표가 사전에 입을 맞췄는지 여부에 대한 확인 작업이다.

검찰이 진 검사장의 계좌를 추적조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나아가 검찰은 넥슨과 진 검사장 사이에 수상한 자금 거래는 없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때문에 김상헌 대표에 이어 박모 전 검사, 김정주 대표가 차례로 소환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박모 전 감사의 경우 검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조사의 수위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조사 결과, 진 검사장과 김상헌 대표 등이 넥슨에게 빌린 돈을 갚았다는 진술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수 있다. 진 검사장과 넥슨 사이에 수상한 자금거래 정황이 발견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정주 대표가 진 검사장 등 3인방에 대한 금전 대여를 구체적으로 지시한 사실이 확인되거나, 김정주 대표의 3인방이 사전에 입을 맞췄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이들은 현행법 상 처벌 가능성 여부와 관계없이 윤리적 측면에서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검찰은 박모 전 감사와 김정주 대표에 대한 소환과 별개로, 진 검사장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