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28㎞/L 실현 목표…모터, 엔진 시너지에서 답 찾아"다른 브랜드, 하이브리드 거들떠도 안봤다"
  • ▲ 1~4세대 프리우스.ⓒ토요타
    ▲ 1~4세대 프리우스.ⓒ토요타

    이른바 '연비 깡패'로 불리는 토요타의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선구자인 이 차량의 탄생에는 'G21팀'의 고집이 있었다.


    오기소 사토시 애드빅스 대표이사. 1세대 프리우스 개발부터 지금의 4세대에 이르기까지 역대 모든 프리우스 개발에 참여한 그는 프리우스 개발은 1993년 당시 토요다 에이지 명예회장의 한마디에서 시작됐다고 회상한다.

    토요다 에이지 명예회장은 "머지않아 21세기도 오고 하니 중장기적으로 자동차 본연의 모습을 고민하는 편이 좋지 않겠냐"라고 언급했다.


    이에 같은 해 9월, 토요타는 프로젝트팀 'G21'을 결성했다. 'G'는 지구를 의미하는 글로브(Globe)의 머리 글자고 '21'은 21세기를 뜻했다.


    이들은 21세기 차를 만들라는 막연한 지시에 따라 10여명의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로 결성됐다.


    완전 백지상태였던 G21팀은 아담한 덩치에 휠베이스를 넉넉히 잡아 실내를 넓히고, 연비는 동급인 코롤라의 1.5배(20㎞/L)로 구상한 첫 보고서를 제출하고 해산됐다.


    이후 1993년 말 이 팀은 기술관리부의 우치야마다 타케시(현 토요타 자동차 회장)를 리더로 재결성됐다.


    토요타는 원점에서부터 새로운 차를 만들기 위해 당시 수석엔지니어 경험이 전무했던 우치야마다에게 G21팀을 맡겼다.

  • ▲ 우치야마다 다케시 토요타 자동차 회장.ⓒ토요타
    ▲ 우치야마다 다케시 토요타 자동차 회장.ⓒ토요타

    오기소 사토시는 "1994년 2월 1일 G21은 기술 3호관 6층 낡은 임원 회의실을 거점으로 정식 출범했다"고 전했다.


    섀시, 차체, 엔진, 구동계 전문가와 생산기술 엔지니어 등이 모인 G21팀은 '친환경', '에너지 자원', '안전'을 핵심 키워드로 잡고 21세기 차에 대한 브레인 스토밍을 진행했다.


    이들은 초기 보고서에 맞춰 차체가 크지 않으면서도 실내가 넉넉하고 연비도 좋은 자동차를 고민했다. 1~2인승으로 크기를 확 줄일지, 아니면 덩치 큰 차의 연비를 높여 대조적 효과를 노릴지 두루 논의를 진행했다.

    이 시기는 연비경쟁이 한창이던 시절로 세계적으로도 차세대 파워트레인에 대한 모색이 활발했다. 특히 전기 구동의 실용화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시기였다.


    G21팀 역시 전기를 동력원으로 삼는 하이브리드에 대해 고민을 하긴 했지만, 당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기술적으로 가능은 하지만 상용화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당시 자동차 회사들은 하이브리드 기술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었다. 배터리나 모터의 성능이 워낙 떨어졌고 원가도 비쌌기 때문이다. 이에 G21팀은 1.5리터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장착한 차량으로 프로젝트의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와다 아키히로 기술담당 부사장이 취임하면서 하이브리드카로 개발 계획이 변경됐다.


    와다 아키히로 부사장은 "연비가 리터당 28㎞는 돼야 21세기 차가 아니겠냐"며 "이를 실현할 수 없다면 프로젝트는 끝"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어 1995년 5월 시험차 제작에 착수하란 명령이 내려왔고, G21팀은 본격적으로 프리우스 개발을 시작했다.


    오기오 대표이사는 "와다 부사장이 하이브리드를 고집한 것에 대해 당시 수면 아래에서 이미 하이브리드 개발 체제가 갖춰져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토요타에는 BRVF라는 또다른 미래차 연구팀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었다. 양산과 선행 기술 개발로 역할을 나눠 진행한 것이다.


    결국 두 팀은 엔진으로 발전하고 전기 모터로 바퀴를 굴리는 방식으로 개념을 잡고 두 개의 전기 모터를 쓰는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하기로 했다.


    직렬식과 병렬식의 장점을 아우른 직병렬식 하이브리드는 향후 파워일렉트로닉스의 진화를 감안한 결과다.

  • ▲ 우치야마다 다케시 토요타 자동차 회장.ⓒ토요타


    이 시스템의 구동방식은 우선 엔진과 두 개의 전기 모터를 짝짓는다. 첫 번째 모터는 엔진에 힘을 보태고 감속할 땐 발전기로 변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다른 하나의 전기 모터는 엔진의 힘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동시에 엔진의 숨통을 틀 스타터 모터와 회전력을 변화무쌍하게 조절할 변속기 역할도 해낸다.


    여기에 세 동력원을 잇는 동력분할기구가 가교 역할을 한다. 이 장치는 상황에 따라 힘을 이쪽저쪽으로 나누고 또 주고 받는다. 행성(planetary) 기어를 이용하기 때문에 입력과 출력 축의 방향이 같다. 부피도 줄일 수 있다.


    배터리와 전기 모터 사이엔 인버터를 배치한다. 직류인 배터리와 교류 동기형인 전기 모터 사이에서 전류를 변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구동방식이 바로 지금의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THS)이 됐다.


    토요타는 이후 회사 내부적으로 모델명을 '프리우스'로 정했다. 디자인 부서의 한 직원이 고안했다. 앞서가기 위해 기획했고, 앞서가기 위해 진화할 차란 의미였다. 당시 개발 코드는 '890 T'였다.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란 새로운 엔진 말고도 디자인면에서도 많은 고민이 담긴 차다. 우치야마다 다케시 G21 팀장이 이끄는 엔지니어들은 운전자가 가장 편안해할 자세부터 찾았다. 여기에 맞춰 안팎 디자인과 패키징을 정했다. 톱 다운(Top down)이 아닌 바텀 업(Bottom up) 방식인 셈이다.


    패키징의 중심은 차를 조종할 운전자. 그 가운데서도 히프 포인트가 핵심이 됐다. 히프 포인트는 운전자가 시트에 앉았을 때 지면에서부터 엉덩이까지의 높이다.

  • ▲ 프리우스.ⓒ토요타
    ▲ 프리우스.ⓒ토요타


    G21팀은 일반 세단이나 스포츠카(400~500mm)와 달리 580mm를 최적의 위치로 결론 지었다. 인간공학적으로 가장 안정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실내 각 부품의 위치를 전면적으로 재구성했다. 먼저 가속과 제동을 책임질 페달의 위치를 선정하고 계기판은 스티어링 휠 너머가 아닌 대시보드 한 가운데에 배치하도록 했다. 의자 등받이 기울기도 일반적인 25도가 아닌 21도로 바꿨다. 시트포지션을 높이고 등받이를 세우면서 자연스럽게 천장 높이는 1500mm가 됐다. 이 같은 개발 프로세스는 4세대 프리우스까지 이어지며 전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처럼 프리우스는 G21팀의 끊임없는 도전 속에 만들어진 것이다. 1997년 12월, 토요타는 일본에서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를 출시했다.


    프리우스의 판매는 처음엔 더뎠다. 하지만 나날이 가속을 붙여 2008년 누적 판매 100만대, 2010년 200만 대, 2013년엔 300만대를 돌파했다. 올해는 4세대 모델을 선보이며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