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에서 쫓겨났는데 이번엔 범죄자 취급 '격앙'
  • ▲ 은성PSD 본사 현관 위에 ‘안전수칙 준수의 생활화’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사진 뉴시스
    ▲ 은성PSD 본사 현관 위에 ‘안전수칙 준수의 생활화’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사진 뉴시스

    지난달 28일 서울지하철 구의역에서 발생한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사망사고 이후, 서울시가 내놓은 후속대책이, 힘없는 하청업체 직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사고 이후 박원순 시장이 직접 나서 사과의 뜻을 밝히고, 재발 방지 및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진상조사단 구성, 스크린도어 정비 등 외부 위탁업무 직영 전환 등의 방침을 밝혔다. 이어 박원순 시장은 16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메피아(메트로+마피아) 퇴출’에 방점을 찍은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박원순 시장이 밝힌 후속대책 중 핵심은 지하철 안전 등 7개 분야 업무를 직영으로 전환하고, 메트로에서 외부업체로 소속을 옮긴 이른바 ‘전적자’를 퇴출하는 데 있다.

박 시장은 이를 위해 향후 외주업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할 때, 메트로 출신 전적자 특혜조항을 전면 폐지하고, 외주사가 맡고 있는 업무를 직영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도 전전자의 채용을 배제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서울메트로 외주업체에 근무 중인 메트로 출신 인원은 182명. 이들은 박원순 시장의 발표에 격앙했다.

구의역 사고의 주범으로 내몰리면서, 비난을 받고 있는 은성PSD 직원들은 당장 “우리도 피해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은성PSD를 비롯한 서울메트로 외주업체에 근무 중인 메트로 출신 직원들은 “2008년 서울시가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자의반 타의반 옮긴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우리를 범죄자 취급할 줄을 몰랐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외부업체로 옮긴 메트로 출신 가운데 신용불량자 등이 섞여 있다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서울시의 후속대책 발표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 언론이 지적한 것처럼 외주업체로 옮긴 메트로 퇴직자 가운데는, 근태 등에 있어 문제가 있는 이들이 섞여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수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서울지하철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이런 반응은 메트로 전적자의 절대 다수는 ‘선량한 피해자’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서울시는 서울메트로와 은성PSD간 용역계약이 이달 30일로 끝남에 따라, 이 회사가 맡고 있는 스크린도어 안전관리 업무를 7월1일부터 직영 전환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스크린도어 관리업무를 직영으로 전환하면서, 은성PSD 직원 가운데 기술직으로 분류되는 80명에 대해서만 채용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은성PSD 직원 167명 가운데 87명은 당장 다음 달부터 해고될 위기에 처했다.

서울메트로가 일부 업무를 외주업체로 이관할 당시, 서울시가 메트로 출진 전적자들의 고용안정을 사실상 보장했다는 주장도 외주업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서울시는 시민에게 한 약속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서울시가 행정력을 동원해, 외주업체에 소속된 메트로 출신 직원들의 퇴출을 강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박원순 시장의 이중적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정규직 고용 보장을 강조하면서, 노동인권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 온 박원순 시장이, 메트로 출신 외주업체 직원 전부를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하면서, 이들의 퇴출을 당연한 것처럼 강조하는 모습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의 후속대책 발표는 법리적 측면에서도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박 시장이 메트로 전적자 182명의 퇴출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면서, 이들을 ‘메피아’로 표현한 부분은, 해당 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한 측면이 있다. 서울시가 어떤 식으로든 메트로 전적자에 대한 퇴출을 강제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노동관계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법리적 해석을 떠나, 서울시장이 사기업에 소속된 근로자들을 상대로 ‘퇴출’을 예고한 사실은, 고압적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박원순 시장의 발언은 새로운 ‘勞勞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은성PSD 노동조합은 17일, 전원 고용승계 보장을 요구하면서 총파업을 결의했다. 반면 서울시가 고용승계를 약속한 근로자들은 이날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은성PSD노조는 이날 “지하철 스크린도어 유지 보수 업무를 담당한 142명 중 80명만을 고용승계하면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서울시의 대책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