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안에 커피숍 등 유통채널 합작지점 증가저수익 점포는 지속 통폐합, 수익 극대화 고심‘눈길 끌기’보다 철저한 경영 ‘셈 법’으로 접근
  • ▲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1층에 위치한 크리스피크림 도넛 매장과 결합한 우리은행의 ‘베이커리 인 브랜치(Bakery In Branch)’ 내부 모습.ⓒ우리은행
    ▲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1층에 위치한 크리스피크림 도넛 매장과 결합한 우리은행의 ‘베이커리 인 브랜치(Bakery In Branch)’ 내부 모습.ⓒ우리은행

    최근 은행권의 점포가 변신 중이다.

    은행 지점 내 커피 전문점을 입점 시키거나 대형 백화점 내 소형 은행 점포를 개설하는 등 유통업과 합작이 대표적이다.

    이 같이 은행(Shop) 안에 유통 전문매장(Shop)이 들어간 것을 인스토어뱅킹이라 말한다.

    이 점포전략은 미국, 일본 금융시장에선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국내도 3년 전 시도된 바 있다.

    당시에는 규제와 수익성 부재 때문에 실패로 끝났지만 모바일의 발전과 함께 점포의 소형화로 다시 부활했다.

    ◆한 손엔 커피, 다른 손엔 통장

    27일 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유통과 금융을 잇는 협업 매장을 연이어 개설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2층에 위치한 크리스피크림도넛 매장 내 소형점포를 개설했다.

    지난 3월 커피브랜드 풀바셋과 결합한 ‘카페 인 브랜치’를 오픈한 데 이어 두 번째다.

    2호 지점은 전체 60평 규모를 도넛 매장과 함께 은행 업무공간 및 공용 고객휴식공간으로 구성됐으며 칸막이 설치를 통해 창구별 독립적인 공간으로 꾸몄다.

    제공하는 서비스는 개인 고객에 특화된 환경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 등 일부 업무를 제외한 모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영업시간은 기존 영업점과 달리 쇼핑몰의 이용시간에 맞춰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대면채널 등으로 고객의 금융서비스 채널이 다변화되는 추세에서 커피 또는 도넛과 같은 이종업종과의 콜라보레이션 점포는 오프라인 점포의 공간 활용성을 높일 뿐 아니라 찾아오는 고객 수를 증가시켜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하반기 10곳 이상의 저수익 점포를 줄이는 대신 3~4곳의 콜라보레이션 점포를 더 개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SC은행도 최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뱅크샵을 개점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뱅크샵은 지난 1월에 개점한 신세계백화점 부산센텀시티점 뱅크샵에 이어 두 번째로 백화점 내에 설치한 뱅크샵이다.

    특히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대규모 증축 공사를 통해 국내 최고 수준의 랜드마크 백화점으로 거듭난 신세계백화점의 대표 점포로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로써 SC은행은 신세계백화점 10곳과 이마트 44곳에 뱅크샵 7개와 뱅크데스크 59개를 보유하게 됐으며 향후 신세계백화점 김해점에도 뱅크샵과 뱅크데스크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실패에서 배운다…해결책은 소형화

    한 때 인스토어뱅킹 전략에 적극적이었던 곳은 하나은행이었다.

    2009년 강동, 병점, 중계 홈플러스 내에 점포를 개설하며 고객유치에 나섰다.

    하나은행 측은 대형유통점을 찾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내방고객을 늘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 윈-윈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3년 뒤인 2012년 기대했던 효과는 없었고 결국 모두 철수하게 됐다.

    당시 인스토어뱅킹이 실패했던 이유는 ‘수익성이 없다’라는 게 결론이다.

    지금과 달리 인스토어뱅킹 내 인력은 약 10여명이 근무했으며 ATM 등 공간이 필요해 일반 지점과 같은 공간이 필요했다.

    유통 업체 역시 은행 지점을 하나의 입점 업체로 인식, 높은 임대료로 인해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힘들었다.

    은행 관계자는 “쇼핑 중 은행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주로 입출금, 카드 개설 등과 같은 간단한 금융업무만 보러 오는 경우가 많다”며 “지점 순익과 직결되는 대출 영업의 경우 고객이 문의하지 않는 이상 적극적으로 영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은행권이 다시 인스토어뱅킹 카드를 다시 꺼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수익성 때문이다.

    단, 이번엔 철저한 경영 셈법을 적용했다. 인력도 3~4명으로 최소화하고 대형 마트가 아닌 업체와 입점 계약으로 임대료를 낮췄다.

    또한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소수 인원으로도 주요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2~3명의 직원은 태블릿PC를 이용해 외부에 나가 예금을 유치하거나 대출영업을 병행한다.

    점포 활용도면에서도 이 같은 이색점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우리은행 콜라보레이션 1호점의 경우 은행 점포 일부를 커피 전문점에 내주는 대신 임대료를 받고 있다. 대신 고객 특성을 고려해 커피브랜드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2호점은 반대로 도넛 전문점 공간을 빌린 경우다. 하지만 신규 점포 개설하는 비용에 비해 상당한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고정비용이 줄어든 만큼 미니 점포들은 개점 후 1년~2년 6개월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 금리인하 등 은행 영업환경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결국 은행의 수익을 결정하는 것은 고객인 만큼 기존 영업방식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