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자율협약, 누적 적자 2조, 올 수주 단 한 건 노조 파업속 급여 지급 중단 … 21일 현장 방문계획도 무산

  • ▲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은 21일 성동조선해양 통영조선소 방문을 취소햇다.  ⓒ 뉴데일리
    ▲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은 21일 성동조선해양 통영조선소 방문을 취소햇다. ⓒ 뉴데일리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21일 성동조선해양 통영조선소를 찾지 않았다. 

당초 이 행장은 내달 삼성중공업과 성동조선의 경영협력 1주년을 앞두고 경영상황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성동조선 방문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경영위기 속에 성동조선 노조가 파업에 돌입, 채권단은 추가 자금 지원 중단으로 맞서면서 노사 갈등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성동조선은 직원들에게 7월분 임금을 제 때 지급하지 못했다. 


◇ 답답한 이덕훈 행장…4개월 만에 또 통영行 계획 

수은에게 성동조선은 '밀린 숙제'나 다름없다. 

성동조선은 지난 2010년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갔지만 7년 째 자율협약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수은은 성동조선 지분 70.6%를 갖고 있다. 

자율협약에 돌입한 이래 수은은 성동조선에 2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누적적자는 2조원이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기업구조조정 경험이 적은 수은이 밑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이 행장이 이날 성동조선을 찾으려 한데는 여전히 경영 여건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과 경영 협력 이후 회사가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성동조선은 올해 단 한 건의 수주 밖에 따내지 못했다. 

수은은 지난달 감사원으로부터 "성동조선의 적자수주를 확대해 피해 구조조정이 중단된 상태"라는 지적을 받았다. 더이상 '눈가리고 아웅'식의 저가 수주가 불가능해진 상태다. 

이덕훈 행장이 마지막 성동조선 공식 방문은 지난 3월이다. 당시 이 행장은 김철년 성동조선 대표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을 만나 경영 정상화 진행상황을 점검했다.

이 행장은 이번에도 성동조선과 협력사 관계자들과 만나 성동조선 정상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삼성중공업과 협력 강화를 요청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성동조선과 관련해 "성동조선은 연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여신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정상화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러면서 "성동조선 정상화 과정에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능한 최소화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성동조선의 구조조정은 협력업체인 700개 중소·중견기업이 연관돼 있어 이 기업들을 어떻게 껴안고 갈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 ▲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은 21일 성동조선해양 통영조선소 방문을 취소햇다.  ⓒ 뉴데일리



  • ◇ 삼성중공업에 기대거는 수은…노조 파업은 '복병'

    성동조선은 삼성중공업이 위탁경영에 나선 뒤 효율성이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8월 31일 성동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삼성중공업이 7년 간 영업·구매·생산 기술 부문을 지원한다는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 기술지원단 20여명이 성동조선의 생산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지난 1년 간 삼성중공업과 성동조선은 수주 활동도 함께 벌였다. 삼성중공업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에는 그리스 선사로부터 7만5천톤급 정유운반선 4척을 수주하는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조선업 구조조정이 시작된 뒤 은행들이 RG규모를 축소, 아직까지 선수금환급보증(RG)발급 보증을 받지 못해 자칫 수주가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현대중공업과 같은 대형 조선사도 지난 5월말 SK E&S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을 수주했지만 은행의 RG 발급이 지연돼 수주가 무산될 뻔한 위기를 겪었다. 


  • ▲ 경남 통영시 성동조선해양 작업 모습. ⓒ 연합뉴스
    ▲ 경남 통영시 성동조선해양 작업 모습. ⓒ 연합뉴스



  • 그 사이 회사와 근로자 간의 대립구도는 점점 깊어지고 있다. 

    조선업 구조조정에 반발한 성동조선해양의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자 사측은 직원들의 7월 월급을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 채권단이 조선소 노조가 파업할 경우 추가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20일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경남지역본부가 조선산업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 등으로 총파업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성동조선 전체 노조원 60%가 넘는 인원이 파업, 행사에 참석했다.

    회사 방침에 따라 성동조선 직영근로자 2천명과 협력사 근로자 6천명 등 총 8천명은 이날 월급을 받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성동조선을 포함한 중견 조선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연한 근무체계와 고용 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조선사의 평균 연봉액은 약 8천만원 수준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