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부실 여파로 설립 40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적자 우려를 낳고 있다. 

내년 3월 퇴임을 앞둔 이덕훈 은행장이 '첫 적자 은행장'이라는 오명을 감수하고 부실 채권을 터는 백배스를 단행할 지 주목된다. 수은은 지금껏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경제위기 때도 흑자를 기록해 은행 내부에서는 적자 전환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입은행이 현재 조선사에 갖고 있는 여신 규모는 총 17조6천억원이며 대우조선 한군데만도 9조원이 넘는다.
 
조선사 구조조정 등으로 부실 여신이 급증한 상황에서 회계 손실을 털어내는 빅베스를 단행하게 되면 단박에 적자를 기록할 수 밖에 없다.
우선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추가로 충당금을 쌓고 익스포저에 대비하고 있다. 

6일 은행 측은 "추가 충당금 규모는 밝히기 어렵다"면서 "올해 회계년도에 부실을 반영할 지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은은 현재 거래기업들에 대해 총 16단계의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 중 1~12단계는 정상기업, 하위 4단계인 13~16단계는 부실기업이다. 

대우조선의 경우, 정상기업인 9단계에서 2단계 하락하면서 11등급이 됐다. 정상기업 중 가장 부실한 평가를 받는 셈이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익스포저를 '정상'에서 '요주의'로 하향 조정했지만 산업은행과 수은만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 수조원 대의 대우조선의 분식회계가 드러나면서 여신 등급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수은이 대우조선 익스포저를 정상에서 요주의로 반영하게 되면 대략 6천억원에 이르는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STX조선의 법정관리로 인한 충당금만도 1조원에 육박한다.
 
올 3월 말 기준 수출입은행의 고정이하여신 충당금 적립 비율은 78%에 불과하다. 시중은행 평균 145.3%의 절반치 수준이다. 

부실 여신이 해마다 증가하면서 수은의 건전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2년 82조2천억원에서 2014년에는 106조2천억원까지 치솟으며 100조원을 돌파했다. 

여신 규모가 커지면서 고정이하 여신 비율도 덩달아 올라 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2015년 기준, 3.24%까지 올라섰다.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에 대한 대출잔액은 2조3천억원에다가 현재 확정된 선수금환급보증(RG)규모는 7조3천억원으로 익스포저는 총 9조6천억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