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석 운행 제로 목표… 강풍-곡선-언덕길 안전 우려도
  • ▲ 경기도가 운행 중인 2층 버스 모습. ⓒ 사진 연합뉴스
    ▲ 경기도가 운행 중인 2층 버스 모습. ⓒ 사진 연합뉴스

    2018년이면 서울과 경기를 오가는 광역버스 5대 중 1대는 2층 버스가 될 전망이다. 경기도가 ‘광역버스 입석 운행률 제로’를 공약함에 따라, 매일 아침 버스 손잡이에 의지해 1시간 넘게 서서 출근을 해야 하는 ‘수도권 교통 난민’들의 고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경기도의 2층 버스 도입 확대 방침에 대해서는, 불안감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강풍이 부는 상황에서 2층 버스가 고속 주행을 하는 경우, 차선 이탈 등 사고 발생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도입 확대에 앞서 더 세밀한 안전성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광역버스 준공영제 실시 및 교통인프라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남경필 지사는 “2014년 7월 정부의 광역버스 입석 금지조치 이후 300여대의 버스를 증차했지만, 여전히 많은 도민이 서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며, 광역버스 체계 개편을 위한 준공영제 실시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남 지사는 시·도 경계를 오가며 출퇴근을 해야 하는 경기도민들을 위한 버스 인프라 개선 대책을 함께 발표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현재 하루 평균 10%대에 이르는 광역버스 입석률을, 2018년까지 ‘제로’로 만들기 위한 굿모닝버스 도입 계획을 공개했다.

道는 구체적 대안으로 전체 광역버스의 20%에 해당하는 500대를 2층 버스로 교체하고, ‘편안(便安)한 굿모닝버스’를 위해 좌석 예약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경기도가 야심찬 계획을 내놨지만,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사고 발생 위험을 줄이면서 도민들에게 안전과 편안함을 선사하겠다는 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500대에 이르는 2층 버스를 광역노선에 투입하는 것이, 과연 안전을 담보하는 방안이 될 수 있느냐는 것.

이런 우려를 나타내는 이들은 지난해 11월5일, 서울을 향하던 2층 버스가 가양대교 다리 위에 3시간 가까이 멈춰서면서, 일대에 극심한 교통 혼잡을 빚은 사실을 언급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당시 사고는 엔진결함이 아니라, 2층 버스 운행 초기, 운전자가 연료량을 확인하지 않아 발생한 ‘과실’에 불과하다”며, 2층 버스의 안전운행과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일부 연구자의 실험 결과에 대해서도 도는, “지난해 말부터 도입 운영 중인 버스는, 2층 버스 천국인 홍콩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차량이다. 홍콩과 영국, 미국 등에서 수천대가 운행되면서 안전성이 검증됐다”고 반박했다. 


▶2층 버스 대당 가격 4억5천, 국비 및 도비 3억 지원 

경기도에서 서울을 오가는 2층 광역버스는 현재 9대가 운행 중이다. 구체적으로 김포~서울시청 방면을 운행하는 8601번 4대, 8600번 2대, 남양주~잠실 노선 1000-2, 8012, 8002번 버스에 각각 1대씩 모두 9대가 배차돼 있다.

경기도가 도입한 2층 버스는, 스웨덴 볼보버스社가 제작했다. 홍콩 등지에서 운영되고 있는 B8R 모델을 기본으로 만들어졌으며, 정식 모델명은 ‘볼보 천정 폐쇄형 2층 버스‘이다. 차량의 재원은 높이 3.99m, 너비 2.52m, 길이 12.92m, 차량 중량은 16.2톤, 탑승인원은 73명이다.

이 버스의 대당 구매가격은 약 4억5천만원으로, 이 가운데 1억5천만원은 버스회사가 자체 부담하고, 나머지 3억원은 경기도가 국비와 도비, 시비(기초자치단체)를 투입해 지원한다.

경기도는 2층 버스 도입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현재 10%인 광역버스 입석률을 내년엔 5%로 낮추고, 2018년에는 제로화(0%)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도가 수립한 2층 광역버스 운영 확대 계획을 보면, 올해 말까지 2층 버스 운영 대수를 28대로 늘리고, 내년 200대, 2018년에는 195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경기도는 현재 2,083대의 광역버스 가운데 20%인 500대를 2층 버스로 채울 계획이다.

경기도는 “입석률은 제로, 서비스와 안전성은 2배 이상 높이는 것이 계획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경기연구원은 출퇴근 길 광역버스 입석 운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광역버스를 20% 더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도는 중간 정류장을 최소화한 광역버스 노선 30개를 새로 만든다는 복안도 내놨다. 


▶2층 버스 도입 확대, 안전엔 문제없나?

경기도가 편안한 출근길을 위한 ‘굿모닝버스’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그 실현방안으로 2층 광역버스 운행 확대 카드를 꺼내들자, 주민들은 대체로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2층 버스를 경험해 본 주민들은,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가파르고, 좌석 간격이 좁기는 하지만, 출근을 앉아서 할 수 있다”며, 경기도의 계획을 반기는 분위기다.

주행안전성과 관련해서도, 2층 버스 탑승을 경험한 주민들은 “별로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차고가 높고 측면이 넓은 2층 버스의 특성상, 고속으로 곡선구간을 주행하는 경우,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측면에 초당 15m 이상의 강풍이 부는 상황에서, 곡선 구간을 고속으로 주행할 때, 차량이 차선을 이탈하는 등 주행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특정한 실험조건에서 이뤄진 연구결과만을 가지고 위험 여부를 말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