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주민 배제한 정부의 일방적 행정이 禍 불러”
  • ▲ 지난달 25일 오전 제주 서귀포 성산읍사무소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 대책위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 지난달 25일 오전 제주 서귀포 성산읍사무소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 대책위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2025년까지 4조1천여억원을 들여, 제주도 서귀포 성산읍 일대 495만㎡ 부지에, 연간 2천500만명이 이용할 수 있는 제2국제공항을 만들겠다는 ‘제주 제2국제공항’ 건설 사업이, 토지수용 예정지 주민들의 ‘집단 반발’이란 암초를 만났다.

공항 예정부지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이 첫 시작부터 잡음을 일으키는 건, 이례적이다. 부산과 대구, 경남 밀양 주민들이, 감정싸움까지 벌이면서 공항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공항 예정지 지정과 동시에 일대 땅값이 두 배 이상 오른 것도, 경제적 측면에서 본다면 주민들에겐 나쁘지 않은 일이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제주 성산읍 일대 주민들은, 마을마다 ‘제2공항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정부 및 제주도와의 ‘투쟁’을 선언했다.

주민 반발의 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지역 일각에서는 ‘제2의 강정마을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이, 지역민들의 환대는커녕 싸늘한 외면을 받으면서, 그 원인과 대안을 찾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지민역과 전문가, 지역 언론이 가장 먼저 꼽는 반발의 주요 원인은, 정부의 일방적 행정이다. 제2공항 예정지를 결정하는 과정에 지역민들은 철저하게 배제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영남권 신공항이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프랑스 전문용역기관에 평가를 의뢰한 것과 달리, 제주 제2공항 신설은 처음부터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것이, 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지역민들의 기본적인 정서라고 할 수 있다.

소음과 분진 등 공항 건설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입어야 하는 주민들이 부지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면서 주민들의 분노를 키웠다는 지적은, 상황을 지켜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실제 토지수용 예정지인 성산읍 일대 온평·신산·난산·수산·고성리 등 5개 마을 주민들은 “공식 발표를 보고서야 우리 마을이 공항 예정지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일부 주민은 “공식 발표가 나기 전까지 성산읍에 제2공항이 들어선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주민들은 “기존 제주공항 확장안이나, 대한항공 조종사 훈련을 위해 쓰이는 정석비행장 활용방안이 가장 많이 뉴스에 나왔다. 제2공항을 신설하는 경우에도 유력한 예정지는 대정읍이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 의견을 종합하면,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 자신들이 사는 마을에 제2공항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원희룡 지사나 제주도가, 정부의 공식 발표 전까지 그 내용을 몰랐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불신을 나타냈다.

주민들이 공항 신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더 있다. 주민들은 정부가 공개한 용역보고서 내용 자체가 부실하다고 주장한다.

주민들은 “유력한 대안으로 꼽혔던 기존 제주공항 확장안에 대한 검토 내용이 정부 용역보고서에는 불과 2쪽 분량만 들어갔다. 반면, 제2공항 신설방안을 기술한 분량은 147쪽이나 된다”며, 정부의 용역보고서를 믿지 못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제주도가 충분한 보상과 주민 지원책 마련을 강조한 부분이, 오히려 주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주민들의 반발이 여전한 상황에서, 보상과 지원을 먼저 이야기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을뿐더러, 주민들 사이의 갈등을 유발해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제2공항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충분한 정보를 토대로 의견수렴과 토론을 거치는 것이 먼저다. 그렇지 않고 보상을 먼저 이야기할 경우, 주민들은 모욕감을 느껴 갈등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강영진 원장은, ‘제주 제2공항 신설’을 둘러싼 주민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보상과 지역개발 방안을 먼저 꺼낼게 아니라, 충분한 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강 원장은 “보상은 지역민들이 공항 입지를 받아들이고 수긍한 다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주민들과의 대화를 위한 협의기구 설치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예비타당성 연구가 끝나기 전이라도 협의기구를 구성해 대화에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행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는 올해 안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성산읍 일대에 제주 제2공항이 들어서려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우선 올해 말 나오는 예비타당성 조사결과가 중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 내용에 따라 ‘성산 제2공항 신설’ 계획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때문에 벌써부터 그 내용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기본계획 수립(2017년), 기본·실시설계(2018년), 보상 협의 및 공사 착공(2019년) 등의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앞서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2공항 주민 갈등 해결과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지역주민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방안 마련과 환경보전, 공항 예정지 이외 지역에 대한 합당한 보상 등을 주요 원칙으로 제시했다.